"로스쿨은 법조인 육성 '판'을 바꿔놓은 것"
“법대 학장 때는 로스쿨 준비를 하느라, 교수협의회(교협) 회장 때는 서울대 법인화 문제로 정신없었지요. 퇴임하면 그동안 소홀했던 연구에 몰두할 계획입니다.”

민사소송법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호문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5·사진)가 이달 말 정년퇴임한다. 그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초대 이사장을 지내며 한국 로스쿨 제도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특히 법학적성시험(LEET)이 정답을 달달 외우는 기존 사법시험과 달리 추리논증 등 논리적 사고를 해야 하도록 출제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 교수는 “로스쿨은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근본적인 법률가 육성의 판을 바꾸는 것”이라며 “종전 사고방식을 갖고 사법연수원을 대신하는 곳으로 로스쿨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 4일 말했다. 또 “행정부와 기업 등에서 아직도 법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동산 월세 계약 같은 생활 곳곳에도 법률가가 스며들어 가면 수많은 분쟁이 예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영남대에서 강의를 시작해 1986년부터 모교인 서울대 강단에 섰다. 그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뿐 아니라 서울대 법대 학장, 교협 회장, 평의원회 부의장, 대학신문 주간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09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4년여간 교협 회장을 맡으면서 서울대 법인화와 관련해 교수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호 교수는 서울대 법인에 대해 “지금처럼 이사회가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관장하는 구조는 재산 관리가 목적인 법인에는 맞을지 모르나 교육과 연구가 핵심인 서울대 구조와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 연구에 관해서는 법인과 관계없이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을 실행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 교수는 퇴임 후 대학원생과 법조인 대상의 ‘민사소송법론’(가칭)을 펴낼 계획이다. 예전에 고시생들의 필독서였던 자신이 쓴 ‘민사소송법’ 교과서보다는 실무 위주의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