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4일 오후 3시20분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NG그룹은 지난 3일 밤 MBK파트너스를 ING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배타적 협상기간은 향후 3주일로 전해졌다.

ING 측은 지난 6월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2조700억원)을 제시한 동양생명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한 달여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타결 짓지 못했다. ING는 본입찰에 참여했던 MBK, 한화생명 컨소시엄 등 나머지 후보들에 협상을 재개하자는 의사를 2일 전달했다. 이후 하루 만에 MBK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한 것이다. MBK 측 권한은 배타적 협상권을 포함한 것으로 동양생명 컨소시엄보다 법적 구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ING와 동양생명 간 협상이 틀어진 것은 동양그룹이 동양생명 계열분리에 반대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 최대주주인 보고펀드는 PEF를 만든 뒤 2조700억원의 인수자금 중 1조700억원은 주식으로, 나머지 1조원은 대출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동양생명은 이 중 주식 부문에 약 4500억원(42%)의 자금을 대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동양생명이 동양그룹으로부터 분리돼야 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PEF에 30% 이상 출자하지 못하기 때문. 그러나 동양그룹이 동양생명의 계열분리에 반대하면서 이 같은 자금조달 계획이 틀어졌다.

ING 측은 MBK에 인수 가격을 올릴 경우 배타적 협상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가 가격 대신 인수 대상 지분을 늘리겠다는 역제안을 내자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MBK는 당초 ING생명 지분 90.1% 인수 조건으로 총 1조6500억원 안팎의 가격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지분 100%를 1조8500억원 안팎에 사겠다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ING생명을 인수하면 동북아 최대 바이아웃(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PEF 운용사로 우뚝 서게 된다.

고경봉/좌동욱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