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호 KOTRA 사장
"중남미·중동 등 부패 심한 개도국선 정부가 계약주체로 참여하는게 효과적"
지난 2일 오전 8시30분. 페루 수도 리마의 소네스타호텔 앞에 경찰 순찰차 2대와 오토바이 2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영호 KOTRA 사장 일행을 내무부 청사까지 호송하기 위해서였다. 경찰 에스코트는 오 사장 일행이 이날 오후 페루 국영조선소 시마(SIMA)와 조선 기자재 수출 계약 체결을 위해 방문한 해군사관학교, 주페루 한국대사관 그리고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12시간 이상 이어졌다. KOTRA 관계자는 “해외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가 페루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기는 드문 일”이라고 했다.
오영호 KOTRA 사장(왼쪽)과 페루 국영조선소 시마(SIMA)의 포마 칼데론 사장(현역 소장)이 지난 2일 리마 해군사관학교에서 상륙함
2척에 대한 수출계약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FTA 2년…‘페루에 한국을 수출’
이날 낮 12시30분 페루 해군사관학교엔 국방부 장·차관을 비롯해 해군참모총장 등 ‘별 20개’가 동시에 떴다. KOTRA와 대우인터내셔널, 대선조선이 페루 국영조선소 시마에 군수지원함(상륙함) 2척을 건조하는 데 쓰일 설계 도면과 기자재를 수출하는 계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페데로 카테리아 국방장관은 “한국의 기술 이전으로 해군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작년 11월 국산 KT1 기본훈련기 20대를 페루에 수출했다. 한 달 후 현대차 신형 싼타페를 개조한 지능형 스마트 경찰 순찰차 800대를 G2G(정부 간 거래) 방식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리마에 도착한 1차 선적분 100대가 페루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7월28일) 행사에서 퍼레이드를 했다. 주한 페루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한 ‘친한파’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49)이 직접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방한한 우말라 대통령은 세브란스병원을 둘러본 뒤 “한국식 병원 6개를 지어 달라”고 요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 1일로 발효 2주년을 맞았다. 양국 간 경제 교류는 빠르게 늘고 있다.
○G2G로 중남미 시장 뚫는다
오 사장은 “한국이 브라질과 유럽 등 경쟁국을 제치고 페루 정부에 항공기와 자동차, 조선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G2G를 적극 활용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커미션 등 음성적 거래가 많은 개발도상국 공공발주를 수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양국 정부가 계약 주체로 참여하는 G2G를 활용하면 한국 기업들은 ‘급행료’ 부담 없이 대한민국 브랜드의 힘으로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게 오 사장의 설명이다.
해당 정부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어 민간 업체와의 유착 등 부정부패 여지를 없애는 장점이 있다. 오 사장은 “한국과 페루의 G2G 거래는 우말라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G2G는 방위산업 물품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페루 정부와의 G2G는 KOTRA가 일반 물품에 대해 ‘외국 정부-KOTRA-국내 업체’ 3자 간 수출계약을 맺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오 사장은 “일반 물품의 G2G가 개도국 시장을 뚫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며 “중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주도했지만 개도국 시장에서 공공조달 분야를 통해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여부를 모든 식품에 표기하도록 하는 'GMO 완전표시제'가 다시 발의되면서 9일 식품업계가 이를 주목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가 GMO 식품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를 부추기고, 식품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GMO 식품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식품에 GMO 식품임을 입증하는 표시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만 이를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GMO를 원재료로 이용했다면 이를 모두 표시하도록 한다. 13년간 논의해온 해묵은 논란이다. GMO 식품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근거와 식품업계 반발 등에 부딪혀 진전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단계적 도입안'을 내놓은 게 과거 법안과 다른점이다. 간장, 대두유, 물엿 등 주요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GMO 표시를 하도록 했다. 식풉업계는 GMO 식품에 대한 우려는 음모론에 가깝다고 반발한다. 2016년에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 107명이 GMO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는 점 등이 주요 반박 근거다. 관련 제품 가격 인상만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바이오경제학회 시나리오 연구에 따르면 식용유지류 생산비는 최대 6.9%, 장류 생산비는 7.3%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올리브유 등의 사용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식용류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한국 배터리업계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 CATL은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이른바 ‘8·9·6 근무제도’(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고강도 노동을 상징하는 ‘9·9·6 근무제’를 능가한다. 과로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비판도 있지만, CATL을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으로 끌어 올린 원동력이란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한국 배터리업계가 2차전지 R&D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주 52시간 근로제 예외)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처럼 배터리업계도 경쟁국과 같이 R&D 근무 제한을 줄여야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국회는 반도체 분야 화이트 이그젬션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여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주 40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행하고 있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 받는 사무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초과근무시간 수당(시간당 임금의 1.5배) 없이 추후 업무 성과를 토대로 급여를 지급한다. 적용 대상에는 연구직뿐 아니라 관리직과 행정직도 포함된다. 중국은 주 52시간제 같은 법적 제한이 없다. 첨단 산업 분야는 주당 72시간을 일하는 996제도가 정착됐다.배터리업계에선 한국도 연구직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급변하는 배터리업계에선 스피드가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CATL 핵심 연구진은 필요에 따라 주당 70~80시간을 일하는데, 한국만 손발이 묶여선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CATL과
‘-8416억원 vs 4043억원.’지난해 4분기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영업적자와 일본 파나소닉의 영업이익을 비교한 수치다. 확장에 ‘올인’한 한국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과 함께 기록적인 적자를 낸 반면 일본 파나소닉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공격적 시설 확장 계획을 내놓은 한국 업체들이 수년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9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온은 4분기에 3594억원, 삼성SDI는 2567억원의 적자를 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동시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온의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는 1조1270억원에 달했다.반면 일본 1위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 4043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세계 1위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외에는 고객군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으며 내실화를 다진 전략이 전기차 캐즘 시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이 수요 부진으로 시설 확장 계획을 미루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요즘 뜨고 있는 ESS 분야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차이를 보였다. 미국에선 태양광 발전 설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여기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ESS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파나소닉은 ESS 시장에 일찌감치 힘을 준 끝에 ESS 매출 비중을 35%까지 늘렸다. 10%대 안팎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보다 높다. SK온의 ESS 실적은 미미하다.중국 CATL도 지난해 4분기 3조원대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