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즉시공시 면제…기업 경영간섭 커지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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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재계 반발 확산 - 바뀐 자본시장법도 논란
공공펀드 '10%룰' 예외 적용 "국민연금 의결권 제한해야"
공공펀드 '10%룰' 예외 적용 "국민연금 의결권 제한해야"
상장사들은 자본시장법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국민연금 등에 즉시 공시 의무를 면제해 준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더 많은 경영 간섭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현행 자본시장법 173조에는 1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주 이상을 사고 팔더라도 5일 내 공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29일부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이 같은 즉시 공시 의무를 면제받게 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200조 제7항)을 통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정책금융공사, 신보, 연기금’은 지분을 10% 이상 보유했더라도 지분 변동내역을 5일 내에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주식을 사고판 시기가 포함된 분기의 다음달 10일 내에 공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가진 국민연금이 7월1일에 주식을 3%가량 추가로 매입해도 10월10일 내에만 공시하면 된다. 반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다른 펀드나 주주들은 지분 변동시 5일 내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10%룰’ 때문에 주요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고 말해왔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민연금 같은 공익적 성격의 전문투자자는 ‘10%룰’의 예외로 뒀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백한 특혜라고 반박한다. 투자 수익 극대화가 목적인 국민연금과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예보나 정책공사를 동일선상에 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즉시 공시 조항 면제로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건수는 2009년 132건에서 지난해 436건으로 230% 이상 급증했다.
국민연금이 9% 이상 지분을 가진 만도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만도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주주 한라건설에 3435억원을 지원하기로 하자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와 함께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경영권 간섭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비슷한 일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올초 의결권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책임투자팀)도 신설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통제력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곽관훈 선문대 법대 교수는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에만 즉시 공시 의무를 면제해주면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8명이 사실상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어 ‘자본시장에선 한은 총재보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왕’이라는 말이 있다”며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형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인설/김동윤 기자 surisuri@hankyung.com
현행 자본시장법 173조에는 1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1주 이상을 사고 팔더라도 5일 내 공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29일부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은 이 같은 즉시 공시 의무를 면제받게 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200조 제7항)을 통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정책금융공사, 신보, 연기금’은 지분을 10% 이상 보유했더라도 지분 변동내역을 5일 내에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주식을 사고판 시기가 포함된 분기의 다음달 10일 내에 공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가진 국민연금이 7월1일에 주식을 3%가량 추가로 매입해도 10월10일 내에만 공시하면 된다. 반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다른 펀드나 주주들은 지분 변동시 5일 내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10%룰’ 때문에 주요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한다고 말해왔다.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국민연금 같은 공익적 성격의 전문투자자는 ‘10%룰’의 예외로 뒀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백한 특혜라고 반박한다. 투자 수익 극대화가 목적인 국민연금과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예보나 정책공사를 동일선상에 두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즉시 공시 조항 면제로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건수는 2009년 132건에서 지난해 436건으로 230% 이상 급증했다.
국민연금이 9% 이상 지분을 가진 만도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만도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주주 한라건설에 3435억원을 지원하기로 하자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와 함께 강력 대응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경영권 간섭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비슷한 일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올초 의결권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책임투자팀)도 신설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통제력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곽관훈 선문대 법대 교수는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에만 즉시 공시 의무를 면제해주면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중 8명이 사실상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어 ‘자본시장에선 한은 총재보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왕’이라는 말이 있다”며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형태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인설/김동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