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꿈 좇을까" 한마디 한 건데…1시간 만에 "관둔대" 일파만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내 '빅마우스' 어찌할꼬
"자기, 요새 유부남 만난다며?"…망측한 '괴담' 출처는 前 남친
'3초 백'을 조심하라
그녀에 입 잘못 놀렸다간 3초 만에 전사내 돌고돌아
소문, 없으면 만들기
졸고 있으면 "심야 데이트"…말투 가지고 "동성애자 아냐"
"자기, 요새 유부남 만난다며?"…망측한 '괴담' 출처는 前 남친
'3초 백'을 조심하라
그녀에 입 잘못 놀렸다간 3초 만에 전사내 돌고돌아
소문, 없으면 만들기
졸고 있으면 "심야 데이트"…말투 가지고 "동성애자 아냐"
“정말 회사에서 나가기로 한 거야? 요즘 취직하기 힘들다는 신문기사 못 봤나. 잘 생각해.”
대기업 H사에 다니는 박 대리(29)는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불과 한 시간 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다른 팀 선배 B에게 살짝 털어놓은 고민상담 내용을 벌써 부장이 알고 있다니. 더군다나 ‘지금 꿈을 좇는 건 너무 늦은 걸까요’라고 넌지시 얘기했을 뿐인데 ‘회사를 관두기로 했다’로 부풀려져 와전됐다.
답답한 마음에 점심을 먹은 뒤 입사 동기를 찾아 갔다. “B선배가 그럴 줄 몰랐다”며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니 꽉 막힌 가슴이 약간이나마 뚫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B선배가 퇴근 직전 화난 얼굴로 찾아와서는 “내가 욕 먹을 정도로 그렇게 잘못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제대로 찍혔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있다. 떠들고 소문내기 좋아하는 ‘빅마우스(big mouth)’ 귀에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다. 빅마우스 때문에 예기치 못한 고초를 겪었던 김 과장, 이 대리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부풀려진 소문에 이직까지
빅마우스의 사전적 정의는 ‘입이 싼 사람’이다. 하지만 빅마우스라고 다 같지는 않다. 영향력(?)에 따라 ‘케이블급’에서 ‘공중파급’ ‘위성방송급’에 이르기까지 등급이 있다.
대기업 C사 신사업부에서 일하는 안 대리(34)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인 위성방송급으로 통한다. ‘루이비통 스피디 백’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3초에 하나씩 팔린다고 해서 ‘3초 백(bag)’으로 불리는 가방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안 대리 귀에 들어가면 3초 만에 사내를 한 바퀴 돌아 말한 사람에게 ‘백(back·돌아온다)’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중견기업 W사로 직장을 옮긴 최모 사원이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그는 원하던 회사에 입사했지만 부서가 불만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컴퓨터에 저장된 다른 회사 지원서를 만지작거리며 고심하던 최씨. 갑작스러운 부장 호출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옆자리의 안 대리에게 딱 걸렸다. 안 대리가 부장에게 일러바친 것. 최씨는 ‘뽑아 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신입사원’으로 낙인 찍혀 1주일간 눈칫밥을 먹다 결국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는 “입사 1년차 땐 으레 ‘나한테 더 잘 맞는 좋은 직장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 마련 아니냐”며 “소문만 퍼지지 않았어도 회사를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안 대리는 소문거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퍼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하이에나와 같다. 한번은 사내 커플이었던 인턴사원 김모씨와 정 대리(여)가 먹잇감이 됐다. 회의 시간에 잠깐 조는 김씨를 본 안 대리. 부장에게 “어제 둘이 밤 늦게 심야영화를 보면서 데이트를 했다”고 없는 말을 지어냈고 두 사람은 부장 눈 밖에 났다. 김씨는 “전날 상가에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느라 피곤했던 건데 없던 일을 사실처럼 떠들어 대는 바람에 피곤해 할 때마다 ‘어제도 심야 데이트를 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헤어진 남친이 빅마우스로 돌변
대기업 A사에서 일하는 김 대리(여·30)는 얼마 전 인사팀에 불려가 어이없는 해명을 해야 했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미혼인 김 대리가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유부남 이 과장과 내연 관계라는 소문이 인사팀에까지 흘러들어간 게 원인이었다. 이 과장이 잘생긴 데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훈남’이라 호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밥 한 번 먹은 적도 없는 사이라 더욱 억울했다.
망측한 소문의 출처를 추적한 끝에 전 남자친구였던 옆 팀의 문 대리가 범인이란 것을 알게 됐다. 김 대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화가 난 문 대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악성 소문을 퍼뜨린 것이었다. 연인 시절, 문 대리가 “이 과장 괜찮은 남자 같지 않아?”라고 묻자 “진짜 괜찮은 남자지. 외모 성격 매너 능력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조건은 두루 다 갖췄잖아”라고 무심결에 한 말이 떠올랐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김 대리는 “직장생활 6년 만에 사내에선 누구나 빅마우스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사내 연애를 한 경험이 있다면 헤어진 남친이나 여친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몸서리쳤다.
◆성 정체성 오해 받기도
중견기업 K사에 입사한 남자 신입사원 김모씨(31)는 사내 빅마우스 때문에 성(性) 정체성까지 의심 받아야 했다. 사연은 이렇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선배가 그를 불렀다. “오늘 회의에 들어오는 옆 팀 김 과장은 회사에서 알아주는 빅마우스야. 괜히 말대꾸하지 말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웃기만 해.” 소심한 성격에 여성스러운 말투와 목소리를 가진 김씨는 선배 조언대로 회의 시간 내내 김 과장을 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잘 넘어갔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문제는 다음날 터졌다. 갑자기 여자 동료와 선배들이 다가와 사탕과 초콜릿을 건네며 친한 척을 한다. 그런데 남자 동료 및 선배들의 반응이 묘하다. 멀리서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 그에게 다가오지를 않는다. 하루 종일 영문을 몰라 답답해하던 그는 한 선배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야, 너 남자 좋아하는 남자라고 소문났어.”
가만히 있어야 하나, 해명을 해야 하나. 안절부절못하는 그에게 또 다른 선배가 조언을 해줬다.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TV 프로그램에 나간 경험을 소문내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김씨는 “이성에게 호감을 갖기 위해 미팅 프로그램까지 나가 봤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를 깨달은 신입사원”이라는 놀림을 들어야 했다.
김병근/전예진/강경민 기자 bk11@hankyung.com
대기업 H사에 다니는 박 대리(29)는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불과 한 시간 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다른 팀 선배 B에게 살짝 털어놓은 고민상담 내용을 벌써 부장이 알고 있다니. 더군다나 ‘지금 꿈을 좇는 건 너무 늦은 걸까요’라고 넌지시 얘기했을 뿐인데 ‘회사를 관두기로 했다’로 부풀려져 와전됐다.
답답한 마음에 점심을 먹은 뒤 입사 동기를 찾아 갔다. “B선배가 그럴 줄 몰랐다”며 자초지종을 말하고 나니 꽉 막힌 가슴이 약간이나마 뚫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B선배가 퇴근 직전 화난 얼굴로 찾아와서는 “내가 욕 먹을 정도로 그렇게 잘못한 거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제대로 찍혔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있다. 떠들고 소문내기 좋아하는 ‘빅마우스(big mouth)’ 귀에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다. 빅마우스 때문에 예기치 못한 고초를 겪었던 김 과장, 이 대리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부풀려진 소문에 이직까지
빅마우스의 사전적 정의는 ‘입이 싼 사람’이다. 하지만 빅마우스라고 다 같지는 않다. 영향력(?)에 따라 ‘케이블급’에서 ‘공중파급’ ‘위성방송급’에 이르기까지 등급이 있다.
대기업 C사 신사업부에서 일하는 안 대리(34)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인 위성방송급으로 통한다. ‘루이비통 스피디 백’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3초에 하나씩 팔린다고 해서 ‘3초 백(bag)’으로 불리는 가방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안 대리 귀에 들어가면 3초 만에 사내를 한 바퀴 돌아 말한 사람에게 ‘백(back·돌아온다)’한다는 의미다.
지금은 중견기업 W사로 직장을 옮긴 최모 사원이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그는 원하던 회사에 입사했지만 부서가 불만이었다. 쉬는 시간마다 컴퓨터에 저장된 다른 회사 지원서를 만지작거리며 고심하던 최씨. 갑작스러운 부장 호출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옆자리의 안 대리에게 딱 걸렸다. 안 대리가 부장에게 일러바친 것. 최씨는 ‘뽑아 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신입사원’으로 낙인 찍혀 1주일간 눈칫밥을 먹다 결국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는 “입사 1년차 땐 으레 ‘나한테 더 잘 맞는 좋은 직장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 마련 아니냐”며 “소문만 퍼지지 않았어도 회사를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안 대리는 소문거리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퍼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먹이를 찾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하이에나와 같다. 한번은 사내 커플이었던 인턴사원 김모씨와 정 대리(여)가 먹잇감이 됐다. 회의 시간에 잠깐 조는 김씨를 본 안 대리. 부장에게 “어제 둘이 밤 늦게 심야영화를 보면서 데이트를 했다”고 없는 말을 지어냈고 두 사람은 부장 눈 밖에 났다. 김씨는 “전날 상가에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느라 피곤했던 건데 없던 일을 사실처럼 떠들어 대는 바람에 피곤해 할 때마다 ‘어제도 심야 데이트를 했냐’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헤어진 남친이 빅마우스로 돌변
대기업 A사에서 일하는 김 대리(여·30)는 얼마 전 인사팀에 불려가 어이없는 해명을 해야 했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미혼인 김 대리가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유부남 이 과장과 내연 관계라는 소문이 인사팀에까지 흘러들어간 게 원인이었다. 이 과장이 잘생긴 데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훈남’이라 호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밥 한 번 먹은 적도 없는 사이라 더욱 억울했다.
망측한 소문의 출처를 추적한 끝에 전 남자친구였던 옆 팀의 문 대리가 범인이란 것을 알게 됐다. 김 대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화가 난 문 대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악성 소문을 퍼뜨린 것이었다. 연인 시절, 문 대리가 “이 과장 괜찮은 남자 같지 않아?”라고 묻자 “진짜 괜찮은 남자지. 외모 성격 매너 능력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조건은 두루 다 갖췄잖아”라고 무심결에 한 말이 떠올랐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김 대리는 “직장생활 6년 만에 사내에선 누구나 빅마우스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사내 연애를 한 경험이 있다면 헤어진 남친이나 여친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몸서리쳤다.
◆성 정체성 오해 받기도
중견기업 K사에 입사한 남자 신입사원 김모씨(31)는 사내 빅마우스 때문에 성(性) 정체성까지 의심 받아야 했다. 사연은 이렇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선배가 그를 불렀다. “오늘 회의에 들어오는 옆 팀 김 과장은 회사에서 알아주는 빅마우스야. 괜히 말대꾸하지 말고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웃기만 해.” 소심한 성격에 여성스러운 말투와 목소리를 가진 김씨는 선배 조언대로 회의 시간 내내 김 과장을 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잘 넘어갔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문제는 다음날 터졌다. 갑자기 여자 동료와 선배들이 다가와 사탕과 초콜릿을 건네며 친한 척을 한다. 그런데 남자 동료 및 선배들의 반응이 묘하다. 멀리서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 그에게 다가오지를 않는다. 하루 종일 영문을 몰라 답답해하던 그는 한 선배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야, 너 남자 좋아하는 남자라고 소문났어.”
가만히 있어야 하나, 해명을 해야 하나. 안절부절못하는 그에게 또 다른 선배가 조언을 해줬다.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TV 프로그램에 나간 경험을 소문내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김씨는 “이성에게 호감을 갖기 위해 미팅 프로그램까지 나가 봤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를 깨달은 신입사원”이라는 놀림을 들어야 했다.
김병근/전예진/강경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