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금융실명제 20주년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차명거래 금지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여야 구분 없이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9월 국회를 앞두고 발의했거나 준비 중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해외 조세피난처 등을 통한 비자금 은닉 의혹과 CJ그룹 비자금 등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명거래 금지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민주당 소속 이종걸 의원과 민병두 의원은 각각 차명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차명계좌 거래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차명계좌의 실제 주인이 나타나도 반환 청구를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의원은 차명 거래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개정안은 지난달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9일 비슷한 법을 발의한다. 차명거래에 대한 형사처벌과 함께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개인 1호 법안으로 차명 거래 금지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1호 법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제와 정치 복지 분야의 법안을 한 개씩 준비하고 있으며, 경제 분야의 법안이 차명거래 금지법”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 가능성도 상당하다. 법안을 심사할 정무위 여당 간사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박민식 의원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찬성하고 있다. 법안은 정무위를 통과하면 법사위로 가는데, 법사위원장은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다. 박민식 의원은 “상임위만 통과하면 사회적 여론도 있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질 의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호회나 동문회, 문중 등의 계좌와 자녀 통장 같은 선의의 차명계좌 등은 별도의 보완규정을 두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민병두 의원은 “배우자나 가족, 동호회 등 비법인단체에 대해선 일정금액 미만일 경우 예외로 두거나 시행령으로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경우’ 등의 조항을 만들어 허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