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꽃지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야영객 2명 사망사건과 관련, 야영객들이 정규 야영장이 아닌 도로변 화단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관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서산경찰서와 태안군청 등에 따르면 숨진 김모(18)양 등 일가족은 이날 꽃지해수욕장 주차장 인근 화단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 음주운전 차량이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꽃지해변 야영객 화단에 텐트 치고 자다 '참변'
이날 사고로 대학 1학년인 김양과 중학교 1학년인 동생이 숨지고 아버지 김모(49)씨도 크게 다쳤다.

이들이 야영을 한 곳은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할미·할아비바위 사이 화단으로 바다에 가까운 데다 나무들이 심어져 그늘이 지는 등 정식 야영장에 비해 시원한 곳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이들의 텐트 외에 4∼5동의 텐트가 추가로 설치돼 있었다.

사고를 낸 차량이 주행한 해변도로와는 불과 20∼30㎝ 높이의 차도와 보도를 가르는 '연석'으로만 구분돼 있어 언제든 교통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곳이다.

만취상태의 이모(22)씨가 몰던 스포티지 차량도 이 연석을 넘어 그대로 텐트로 돌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은 "도로에서 갑자기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차량이 텐트를 들이받고 멈춰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꽃지해수욕장 주차장 일대는 충남도 산하 안면도 휴양림 관리사무소가 관할하는 도유지다.

휴양림 관리사무소는 여름철인 7월과 8월 두 달간 피서객 편의시설 제공 차원에서 꽃지해수욕장 일대 방파제 입구와 뒷산 그늘 쪽을 해수욕장번영회에 대부해 편의시설과 텐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난 곳은 관리사무소와 해수욕장번영회 간 대부계약이 체결된 야영지가 아니라 2009년 안면도 꽃박람회 개최 당시 유채꽃밭이 조성됐던 화단이었다.

때문에 관리사무소는 매일 이 지역을 순찰하면서 야영객을 상대로 '이곳은 텐트를 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철거하라'고 계도해왔다.

하지만 해수욕장번영회는 이곳에 텐트를 친 야영객에 대해서도 쓰레기 처리비용조로 하루 1만원 가량을 받았으며 숨진 김양의 가족들도 이 돈을 내고 야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군의 한 관계자는 "피서객들이 해수욕장 근처 아무 데나 편한 곳에 텐트를 치는데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수도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만취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운전자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지만 해수욕장 내 야영시설 관리감독만 제대로 됐더라면 이날과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소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태안연합뉴스) 유의주 이재림 기자 ye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