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자체에 취득세율 조정 여유 줘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동산 활성화와 지방세수 확보
지자체 스스로 균형 찾아가도록
재정자율권 확대방안 고려해야
손재영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jyson@konkuk.ac.kr
지자체 스스로 균형 찾아가도록
재정자율권 확대방안 고려해야
손재영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jyson@konkuk.ac.kr
![[시론] 지자체에 취득세율 조정 여유 줘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308/AA.7722591.1.jpg)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로, 건물은 신축가액에 각종 지수를 적용해 계산한 건물시가표준액으로 평가했는데, 당시 방식대로 서울시 아파트 취득세 과표를 계산해 보면 평균적으로 시가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주택 일반건물 등의 과표현실화율은 더 낮았으므로 취득·등록세의 실효부담은 시가의 1% 정도였다.
2005년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도입되고, 2006년에는 실거래가액 신고가 의무화돼 과표가 시가의 100% 수준이 됐다. 과표가 현실화되면 세 부담이 너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는 취득·등록세를 합해 4%(부가세 포함 4.6%)로 세율을 정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감면조치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올 7월 이전에는 한 번도 세법상의 세율이 적용되지 않았다.
지방세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는 마치 그동안 잘 들어오던 세금이 깎여 지방 살림이 어려워질 것처럼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4.6% 세금을 온전히 받았던 적이 없다. 세율 감면에 동의해주는 대신 명목세율에서 들어올 가상 수입과의 차액을 중앙정부로부터 받아냈다. 취득세 감면 종료의 실질적 효과는 중앙정부 보전금을 줄이고 그만큼 납세자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과표 때문이든 세율 때문이든 납세자들은 이제까지 시가의 1~2% 내외의 취득세 부담을 했으나 지난달 1일부터 4.6%를 세금으로 낸다. 취득세 감면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긍정이든 부정이든 신뢰할 만한 실증분석은 아직 없다. 반면에 현장의 목소리는 일관된다. 부동산모니터링 그룹의 보고서 등 모두가 취득세 부담이 거래의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취득세만 낮춘다고’ 거래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서 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것이 부정적인 효과를 갖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유일한 정책적 고려사항일 수는 없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걷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복지 확대로 지방재정 여건이 어려워졌다. 재원보전 조치가 수반되지 않는 지방세 감면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방 재원을 중앙정부가 좌지우지한다는 것에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리지 않으면서도 지자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은 현상유지다. 즉 명목세율을 감면 당시 세율로 인하하고, 중앙정부의 세수보전을 종전과 같은 액수로 유지하는 것이다. 아무도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으니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둘째는 현재 논의되는 바와 같이 중앙정부 세목을 지방으로 이양하거나 배분비율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 이때 세입 측면만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복지사업 비용을 지자체가 떠안는 세출 측면의 문제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
셋째는 지자체 스스로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세수 확보 간의 균형을 찾도록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취득세 세율을 2~3% 정도로 하고 시·도가 1%포인트 범위 내에서 세율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율을 낮춰 거래가 활성화되면 세수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으므로 지자체가 남 탓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세율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뻔히 알고 있던 문제를 왜 방치해서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걸까. 사사건건 이런 식인데 이 사람들은 대체 무슨 면목으로 월급을 받아가는지 궁금하다.
손재영 < 건국대 교수·부동산학 jyson@konkuk.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