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식스모션 세탁기, 세계를 '휘젓다'
“손세탁한 것 같은 모션, 손처럼 꼼꼼히 깨끗하게 오늘 하루도 자신 있죠. 너 나 우리는 식스 모션 식스 모션.”

조성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사장·사진)의 휴대폰 컬러링은 지난해까지 ‘식스 모션’이었다. 식스 모션은 LG전자에 입사해 36년간 세탁기에 빠져 산 조 사장의 역작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주부들의 손빨래에서 착안한 식스 모션 세탁기는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LG전자를 세계 세탁기 시장 1위 업체로 올려놓았다.

LG전자는 7일 식스 모션 기능을 적용한 세탁기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810만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10월 출시된 지 3년9개월 만이다. 15초마다 한 대씩, 1분에 평균 4대씩 판매된 셈이다. 출시 2년 만인 2011년 2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년도 채 안 돼 3배 이상을 판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식스 모션 세탁기 판매량은 매년 2배 이상 늘고 있다”며 “이르면 올 연말께 100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스 모션 기능은 LG전자가 2002년 대용량 드럼세탁기인 트롬을 내놓은 이후 세계 드럼세탁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 이 회사는 한국의 손빨래 방식을 적용한 제품으로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뿐 아니라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점유율을 높였다. LG전자는 세계 세탁기 시장의 10%(매출액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다. 드럼세탁기 점유율은 50%가량이다.

개발 단계에서 드럼세탁기에 손빨래 기능을 접목시킨 아이디어는 당시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을 맡고 있던 조 사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드럼세탁기가 나오기 전 주력 제품이었던 전자동 통돌이 세탁기와 비교해 세척력이 약한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결과다. 조 사장은 손빨래 방식의 움직임을 드럼세탁기에 적용했다.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흔들기, 꼭꼭 짜기, 풀어주기까지 손빨래를 할 때 필요한 여섯 가지 동작이 식스 모션이다. 일정한 속도로 통이 회전하고 한 가지 세탁 동작만 반복하던 기존 드럼세탁기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섬세하고 꼼꼼한 여섯 가지의 빨래 동작은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DD(다이렉트 드라이브) 모터의 정밀 속도 제어 기술이 뒷받침했다. 세탁통과 모터를 직접 연결해 세밀한 손세탁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식스 모션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엔 세 방향에서 강력한 물줄기를 골고루 뿌려주는 ‘터보샷’ 기능을 추가했다. 덕분에 세탁력을 높이면서 세탁시간을 30분 이상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호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전무)은 “옷감을 보호하면서도 세탁력을 높인 전통 손빨래 기술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구현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며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전 세계 세탁기 시장 1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