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복장 권장·보양식 제공·근무시간 조정 등

산업팀 =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이어지자 기업들도 갖가지 묘수를 동원, '더위사냥'에 나섰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실내 온도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해 냉방기를 마음껏 쓰지 못하며 대다수 기업이 예년에 비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정부의 에너지 절감대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6∼8월 피크시간대(오후 2시∼5시) 사무실 온도를 공공기관과 동일한 수준인 28℃에 맞추고 있고, LG전자는 사업장 실내 온도를 26℃ 이상으로 관리한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말까지 일과 중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피크타임 4시간 동안 사무실과 복지시설 등 비생산시설의 냉방을 교대로 가동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을 맞아 전기로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등 극약 처방식 전력 감축안을 내놓은 포스코는 '걷기, 끄기, 줄이기, 모으기'를 핵심으로 하는 '그린워크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전개하며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땀이 절로 나는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이 고역이지만 그렇다고 일을 손에서 놓을 수는 없는 일. 더위를 이겨내고, 여름철 일의 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이 다양한 비책을 마련했다.

시원한 복장을 권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삼계탕 등 보양식과 수박같은 계절과일을 제공하는가 하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도 한다.

일부 회사는 혹서기를 직원들의 재충전이 가능한 휴가 기간으로 아예 정하고, 사원들이 이용 가능한 휴양지를 제공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 간편 복장으로 체감 온도 '뚝'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전 임직원에게 재킷 없이 깃이 달린 반소매 티셔츠(폴로셔츠)를 입도록 권유했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이나 콤비 정장 등 '비즈니스 캐주얼'이 삼성전자의 기본 복장 규정이지만, 이달 말까지 바뀐 복장 규정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엉덩이에서 나오는 열을 흡수해 체온을 낮추는 쿨(cool)방석을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LG전자는 노타이·반팔셔츠·면바지 등 '쿨 맵시' 복장 착용을 권장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부서별로 임원 재량 하에 근무시간 중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건설·조선 현장에서는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아이디어 용품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장 직원에게 쿨링 재킷과 쿨링 언더웨어를 지급, 몸의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있고,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는 전 작업자에게 '쿨 스카프'를, 특수작업자들에게는 '쿨 재킷'을 지급했다.

대림산업은 안전모에 부착할 수 있는 그늘창을 현장 근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GS리테일은 물류센터의 작업자들에게 쿨팩 조끼, 쿨토시, 쿨아이스타월 등을 나눠준다.

◇ 허해진 여름 체력, 보양식으로 보충
삼성전자는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직원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구내식당에서 여름철 인기메뉴와 건강식을 매일 선보이고 있다.

물냉면, 비빔냉면, 쫄면, 열무국수, 냉콩국수 등과 같은 여름철 음식을 '붙박이 메뉴'로 공급하며, 닭다리 백숙, 추어탕과 같은 몸보신 음식도 내놓는다.

현대·기아자동차는 7∼8월 두 달을 혹서기로 정해 매일 오후 공장 근로자들에게 아이스크림, 수박 화채, 얼음 미숫가루 등의 특별간식을 준다.

복날에는 전 직원에게 삼계탕 등 특별 보양식을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7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를 혹서기로 지정, 직원들에게 보양특식을 제공하고 점심 시간을 연장하기도 한다.

수박과 아이스크림, 미숫가루 등 여름 간식도 수시로 선보인다.

두산중공업은 혹서기 지원 방안으로 매주 화요일마다 수박과 빙과류를 제공하며 직원들의 여름 나기를 돕고 있다.

LG전자는 무더위에 지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사업장별로 노동조합이 주축이 돼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아이스크림 데이, 팥빙수 데이, 수박 데이 등의 일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광주공장에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 3시 무렵 피로를 푸는 휴식시간을 두고 직원들에게 콩물,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을 제공해 더위를 극복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름마다 직원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수박을 돌리고 있다.

올해도 전 직원에게 수박 1천700개를 제공했다.

한화케미칼 역시 방한홍 대표이사가 초복을 하루 앞둔 지난달 12일 서울 장교동 본사를 비롯한 여수, 울산, 대전 등 전국의 사업장에 자비를 들여 수박 300통을 사서 나눠줬다.

◇ 건설 현장, 탄력근무로 효율 '쑥'
폭염 속에서도 공사를 멈출 수 없는 건설업계는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해 작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외부 기온이 32도가 넘으면 점심시간을 오후 2시까지 늘리고, 34도가 넘는 경우에는 옥외작업을 금지토록 했다.

대림산업은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현장 별로 '무더위 휴식 시간제'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폭염으로 악명높은 대구의 동대구-영천전철4공구 현장의 경우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를 무더위 휴식시간제로 지정했고, 상대적으로 뜨거운 환경에 직접 노출된 철근공들은 오전 5시에 출근해 정오에 퇴근할 수 있게 작업 시간을 바꿨다.

GS건설은 세종시 정부청사 2-1구역 현장의 경우 오전, 오후 작업 조회시 근로자 건강상태를 확인해 고령자, 고혈압 의심 작업자에게는 옥외작업을 제한하고, 가장 무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 사이에 최소 3회의 휴식 시간을 뒀다.

SK건설 역시 기온이 최고에 달하는 정오∼오후 5시에는 관리자의 책임 아래 작업 및 휴식 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또한 탈수와 일사병 등을 막기 위해 시원한 음료, 식염 등을 공급하고,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휴게소를 설치하는가 하면 간호사를 작업 현장에 상주시키는 등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 혹서기엔 아예 떠나라…휴가로 재충전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둘째주를 전후로 공장 휴무와 함께 최장 2주의 하기휴가를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5일부터 8월 9일까지 2주간 집중휴가제에 돌입했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휴가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아울러 2005년 개장한 하서리 휴양소도 여름철이면 직원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1천6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이 휴양소는 6천500평의 초대형 휴양소로, 캠핑용 텐트는 물론 주방시설, 샤워장, 주차장 등이 완비돼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역시 7월 10일부터 8월 18일까지 40일간 경주의 관성해수욕장과 나정해수욕장에 휴양소를 마련, 현대차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들도 시설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