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13년 세법 개정안’은 새누리당과 협의를 거친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발표 전 수차례 여당을 찾아 협의했으며 최종적으로 고위 당·정·청 회의까지 열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정책위는 정부가 짜온 안을 일부 수정까지 했다. 당초 정부는 중산층 평균 세 부담 증가액으로 연 18만원을 가져왔으나, 당이 중산층 샐러리맨의 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자고 주장해 연 16만원으로 낮아졌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이것 말고도 정부는 세 부담이 늘어나는 출발점을 연 소득 3450만원보다 낮게 짜왔으나 당에서 주장해 그나마 샐러리맨의 세 부담을 완화해 최종 결정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2013 세법 개정안’은 정부와 청와대는 물론 당에서도 충분히 논의를 마치고 내놓은 합의안인 셈이다.

◆정부에만 책임 전가하는 새누리

하지만 세법 개정안이 나오자마자 예기치 않게 ‘중산층 세금폭탄’, ‘샐러리맨 지갑털기’라는 비판 여론이 높자 새누리당은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10월 재·보선 등 선거를 앞두고 세금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9일 “유리지갑 샐러리맨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중산층에 한꺼번에 과도한 세 부담이 증가되지 않도록 세법 심의 과정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안에 들어간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축소 등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새누리당은 정책위를 통해 정부안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어떤 식으로 수정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나 부의장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당의 얘기도 들어 보고 정책위 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겠다”며 “(수정을 하더라도) 복지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세수가 너무 감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위 보완책 마련에 부심

당 정책위는 우선적으로 ‘샐러리맨 지갑털기’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부담 증가 출발점 기준 연 소득을 3450만원에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중산층의 평균 세 부담 증가 금액인 연 16만원을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소득별로 차등 적용하는 근로소득 공제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근로소득 공제는 총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과세표준을 산출하는 것으로, 공제율이 높을수록 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든다.

현재 소득구간별 근로소득 공제율은 △500만원 이하 70% △500만~1500만원 40% △1500만~4500만원 15% △4500만~1억원 5% △1억원 초과 2% 등이다. 이를 중산층이 걸쳐 있는 1500만~4500만원 구간의 공제율을 높이거나 4500만~1억원 구간을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조정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안은 현재 15%인 신용카드 공제율을 10%로 낮추게 돼 있다. 정책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15%로 원상 복귀시키거나 공제율을 정부안보다 소폭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 거론하는 세액공제율(12~15%) 인상 방안은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 현실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도 성격상 소득구간별로 차등화해 적용하기 어렵고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