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의학전문 선임기자인 산제이 굽타 미국 에모리대 신경외과 교수(44)가 마리화나 합법화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의료인으로 통하는 굽타는 11일 피어스 모건의 대담 프로에 출연,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 부족과 경솔한 접근으로 대중을 오도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사과했다.

그는 “세계 각지를 다니며 의료계 지도자와 전문가, 마리화나 재배업자, 환자를 인터뷰한 끝에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됐다” 며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충분하게 살펴보지 않았다”고 자책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시사주간지 타임에 마리화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칼럼을 싣는 등 마리화나의 합법화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오랜 조사 결과 마리화나가 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의료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그 사례로 드라벳증후군을 앓는 콜로라도주의 샬럿 피지(7세)를 소개했다.

피지에 의료용 마리화나를 처방했더니 발작 빈도가 1주 300회에서 한 달에 2~3회로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드라벳증후군은 원인 모를 장시간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현재까지 개발된 약제로는 발작 억제나 치료가 어려운 희귀 유아 간질로 알려져있다.

굽타는 피지 같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환자들에게 마리화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의료계는 “70년 가까이 끔찍하고도 체계적으로 대중을 오도해왔고, 나도 거기에서 역할을 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굽타의 인식 전환을 접한 의료계는 찬반 양론으로 갈라졌다. 특히 마리화나 합법화 반대 진영에선 굽타가 마리화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노라 볼코우 국립약물중독연구소장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일부 마리화나 합성약제가 효능이 있을지 몰라도 마리화나가 부작용 없는 치료제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라고 말했다. 마리화나는 특히 성장기 10대의 뇌 발달에 해롭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20개 주에서 마리화나를 의료 목적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일에는 일리노이주가 진통 끝에 합법화 대열에 가세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마리화나가 불법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