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 코앞인데…여유 부리는 메르켈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에서 망중한을 즐기던 지난 10일(현지시간). 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페어 슈타인브뤼크 대표는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북동부 일대를 순회하며 지지자들을 만났다.

오는 9월22일 총선거를 위한 첫 선거운동이었다. 그는 “메르켈 정부는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무능한 정권”이라며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교육과 인프라에 더 많은 국가예산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독일 총선이 6주 앞으로 다가왔다. 결과에 따라 그리스 등 재정위기 국가 지원이나 은행연합 등 유럽 경제 현안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독일 유권자는 지지 정당과 지역구 지지 후보를 각각 선택해야 한다. 총 622명의 하원의원 중 절반은 후보자 투표 결과에 따라, 절반은 정당 지지율을 반영한 비례대표로 채워진다. 다수당에서 총리가 선출되며, 개별 정당의 득표율이 5%가 안 되면 원내에 진출할 수 없다.

이날 발표된 독일 일간 빌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연합(CDU)과 자유민주당(FDP) 우파 연정이 46%의 지지를 받고 있다. 좌파 정당인 SPD(25%), 녹색당(13%), 좌파당(8%)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현재 구도로만 보면 우파 연정의 재집권이 유력하다. 하지만 좌파 진영이 선거운동 막판 대연합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좌·우 진영의 지지율은 거의 비슷해진다. 유럽연합(EU) 탈퇴를 내세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돌풍을 일으키며 우파 표심을 나눠 가질 경우 좌파 진영의 대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메르켈 총리가 안정적으로 재집권할 경우 은행연합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며 유럽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반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경우 재정위기국 지원을 반대하는 여론을 반영해 구제금융 운용을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아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