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늘어나는데 가계살림은 쪼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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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소득(GDI)증가율, GDP증가율 크게 앞질렀지만…
기업·정부로 들어가 체감경기는 '냉랭'
자영업자 소득증가폭 상대적으로 낮아
기업·정부로 들어가 체감경기는 '냉랭'
자영업자 소득증가폭 상대적으로 낮아
올 들어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 조건이 호전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소득 증가가 가계소득 증가로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가계보다 기업이나 정부 부문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만의 역전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GDI는 전분기 대비 2.7% 증가했다. 같은 시기 GDP 증가율 1.1%를 크게 웃돈 것.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I가 이처럼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GDI가 GDP보다 체감경기를 훨씬 잘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GDI는 GDP에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 교역 여건을 반영해 국내 최종 생산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GDP 증가율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구매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1분기 GDI 증가율도 1.0%로 GDP 증가율(0.8%)을 앞섰다. 지난해 전체 GDI 증가율도 2.3%로 GDP 증가율(2.0%)을 웃돌았다. 이 같은 양상은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이어져온 GDP 증가율의 우위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NI도 호조
1970년대 고속성장기에는 GDP와 GDI 증가율이 비슷했다. 1980년대에는 연평균 GDI 증가율(9.6%)이 GDP 증가율(8.6%)을 앞질렀지만 1990년대엔 GDP 증가율 6.7%, GDI 증가율 6.0%로 뒤집어졌다. 2000년대 들어 이 격차가 1.1%포인트로 커진 데 이어 2010~2012년에는 1.5%포인트로 더 늘어났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올 들어 GDI 증가율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국민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예전보다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장률만큼 늘지 않아 우려를 낳았던 GNI도 최근 들어 선방하고 있다.
1분기 증가율은 0.8%로 GDP 증가율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GNI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따라잡은 것은 오랜만이다. 1970년대에는 GNI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 간 탄성치가 1.2였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소득은 1.2%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비율은 1990년대 1.0으로 낮아지고 2000년대 들어서는 0.7로 더 줄었다.
○가계소득만 상승 대열에서 소외
문제는 소득 지표의 이 같은 호조와 함께 가계소득도 늘어나고 있느냐다.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419만3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1.7% 증가했다. 2009년 3분기(-0.8%)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는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민소득 증가분이 가계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감소했다. 1980년대만 해도 연평균 GDI가 9.6% 늘었을 때 가계소득은 16.9% 증가했다. 늘어난 소득 중 상당수가 가계에 흘러들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1990년대 13.0%, 2000년대 5.9%, 2010~2012년 4.8%로 감소했다. 소득의 과실이 가계가 아닌 기업과 정부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관건은 자영업자 소득 증가
개인 총처분 가능소득(PGDI)으로 따져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PGDI는 개인의 근로·재산소득에서 세금·사회보장 기여금을 뺀 것으로 체감경기에 가장 가까운 지표로 평가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3150달러로 1인당 GNI의 57.9%를 기록했다. 2000년 63.6%였던 이 비중은 2006년 60.0%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 같은 양상은 기업 대비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폭이 미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0년 이후 임금근로자의 임금 및 급여는 연평균 4.6%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연평균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0년대 들어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자 부담이 높아진 것도 가계소득 증가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소득 증가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가계소득을 늘려 민간소비를 자극하려면 자영업자의 수익성을 높이고 생활물가를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 GDP(국내총생산)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 내에서 이뤄진 생산활동이 창출한 부가가치 또는 최종 생산물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합계.
■ GDI(국내총소득)
실질 국내총생산에 교역 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무역 손익을 더한 개념. 생산으로 얻은 소득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민 체감경기에 더 가깝다.
■ GNI(국민총소득)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 해외에서 한국인이 벌어들인 소득은 포함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은 제외한다.
○20년 만의 역전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GDI는 전분기 대비 2.7% 증가했다. 같은 시기 GDP 증가율 1.1%를 크게 웃돈 것.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I가 이처럼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GDI가 GDP보다 체감경기를 훨씬 잘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경기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GDI는 GDP에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 교역 여건을 반영해 국내 최종 생산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GDP 증가율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구매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1분기 GDI 증가율도 1.0%로 GDP 증가율(0.8%)을 앞섰다. 지난해 전체 GDI 증가율도 2.3%로 GDP 증가율(2.0%)을 웃돌았다. 이 같은 양상은 1990년대 이후 20여년간 이어져온 GDP 증가율의 우위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GNI도 호조
1970년대 고속성장기에는 GDP와 GDI 증가율이 비슷했다. 1980년대에는 연평균 GDI 증가율(9.6%)이 GDP 증가율(8.6%)을 앞질렀지만 1990년대엔 GDP 증가율 6.7%, GDI 증가율 6.0%로 뒤집어졌다. 2000년대 들어 이 격차가 1.1%포인트로 커진 데 이어 2010~2012년에는 1.5%포인트로 더 늘어났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올 들어 GDI 증가율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국민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예전보다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장률만큼 늘지 않아 우려를 낳았던 GNI도 최근 들어 선방하고 있다.
1분기 증가율은 0.8%로 GDP 증가율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GNI 증가율이 GDP 증가율을 따라잡은 것은 오랜만이다. 1970년대에는 GNI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 간 탄성치가 1.2였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소득은 1.2% 늘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비율은 1990년대 1.0으로 낮아지고 2000년대 들어서는 0.7로 더 줄었다.
○가계소득만 상승 대열에서 소외
문제는 소득 지표의 이 같은 호조와 함께 가계소득도 늘어나고 있느냐다.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명목소득은 419만3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견줘 1.7% 증가했다. 2009년 3분기(-0.8%)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기준으로는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민소득 증가분이 가계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소득 중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감소했다. 1980년대만 해도 연평균 GDI가 9.6% 늘었을 때 가계소득은 16.9% 증가했다. 늘어난 소득 중 상당수가 가계에 흘러들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1990년대 13.0%, 2000년대 5.9%, 2010~2012년 4.8%로 감소했다. 소득의 과실이 가계가 아닌 기업과 정부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이다.
○관건은 자영업자 소득 증가
개인 총처분 가능소득(PGDI)으로 따져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PGDI는 개인의 근로·재산소득에서 세금·사회보장 기여금을 뺀 것으로 체감경기에 가장 가까운 지표로 평가된다. 지난해 1인당 PGDI는 1만3150달러로 1인당 GNI의 57.9%를 기록했다. 2000년 63.6%였던 이 비중은 2006년 60.0%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 같은 양상은 기업 대비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폭이 미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0년 이후 임금근로자의 임금 및 급여는 연평균 4.6%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연평균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0년대 들어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이자 부담이 높아진 것도 가계소득 증가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소득 증가율과 가계소득 증가율의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가계소득을 늘려 민간소비를 자극하려면 자영업자의 수익성을 높이고 생활물가를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 GDP(국내총생산)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 내에서 이뤄진 생산활동이 창출한 부가가치 또는 최종 생산물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한 합계.
■ GDI(국내총소득)
실질 국내총생산에 교역 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무역 손익을 더한 개념. 생산으로 얻은 소득을 나타내는 지표로 국민 체감경기에 더 가깝다.
■ GNI(국민총소득)
한 나라의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 해외에서 한국인이 벌어들인 소득은 포함하고, 외국인의 국내 소득은 제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