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뉴타운·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과 추진위원회에 운영자금으로 빌려주는 정비사업 융자 예산이 지난달 조기 마감되면서 관련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재개발 추진 여부를 주민들이 결정한 뒤 사업을 지속하길 원하는 곳은 시가 지원해주겠다는 ‘뉴타운 출구전략’도 차질이 예상된다.

13일 서울시와 장환진 서울시의원(도시계획관리위원장)에 따르면 서울시가 올해 예산으로 책정한 예산 95억8300만원이 이미 18곳 조합·추진위에 모두 배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경쟁적으로 조합 등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던 정비업체 및 시공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몸을 사리자 조합들이 앞다퉈 서울시 융자 예산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시 정비사업 융자금 대기 수요는 당초 시 예산의 5.6배를 넘을 정도로 폭증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대기수요를 긴급 조사한 결과 총 59건 544억2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년간(2010~2012년) 서울시의 평균 융자예산 집행률이 13.3%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 현상이다.

올해 융자금이 이처럼 조기 소진된 데에는 서울시의 빗나간 수요 예측도 한몫했다. 시는 최근 3년간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점을 들어 올 예산을 지난해(251억500만원)의 38%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는 5.8%에서 4.5%로, 담보대출금리는 4.3%에서 3.0%로 낮추는 등 대출 조건을 완화시켜 수요 급증을 불러왔다.

장환진 위원장은 “작년 말부터 금리를 인하해 융자 수요가 늘고 건설업계는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는데 시가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융자 신청 준비를 마친 13곳(126억원 신청)은 예비비를 확보해서라도 긴급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택정책실은 올해 추가예산 확보는 불가능한 만큼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5배 많은 350억원으로 늘려 연초부터 조기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