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재건축 좀 해주세요"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시행한 서울 태릉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결국 또다시 공사를 맡을 업체를 뽑는 데 실패했다. 이미 세 차례나 유찰돼 이번에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건설사를 지명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 관심을 보이던 A건설사가 제안서 제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사회를 열어 앞으로는 한 업체가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에 상정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조합들이 헌 집을 헐고 새 집으로 지어줄 건설사(시공사)를 모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자금사정이 빠듯해진 건설사들이 계약조건이 유리하거나 분양성이 뛰어난 단지만 골라 수주하기 때문이다.

최근 용인2구역 재건축사업도 참여 업체가 없어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됐다. 오는 22일 입찰이 실시될 예정이던 부천 원종3D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도 앞서 개최한 현장설명회에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나타나지 않자 입찰이 자동 유찰됐다. 서울 자양1구역 재건축조합도 입찰이 표류 중이다. 서울 구산1구역과 홍제3구역은 수년 전 시공사를 교체하려고 계약을 해지했다가 지금까지 다른 건설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 모시기’가 어려움에 처하자 주민들이 한 번 거절했던 시공사에 다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상도동 대림아파트는 대형주택 비율 등을 둘러싼 설계변경 건으로 B건설사와 본계약 직전에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후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나섰지만 입찰이 번번이 유찰되면서 결국 B업체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합이 시공사를 바꾸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시공사는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조합에 사업비 등으로 대여해 주는데 재무상태가 나빠진 건설사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에선 제대로 자금이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도 과거처럼 큰 자금을 쏟아부으며 사업 수주를 위한 기득권 구축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소위 ‘될 사업’을 냉정하게 고른다는 의미다.

한 대형 건설사 영업담당 상무는 “역세권도 아니고 시세는 떨어지는데 조합원들이 비싼 일반 분양가를 고집하면 답이 없다”며 “재개발·재건축은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이 늦어지는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신중히 사업장을 고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