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가한 ‘설국열차’ 원작자 뱅자맹 르그랑(왼쪽)과 장마르크 로셰트.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가한 ‘설국열차’ 원작자 뱅자맹 르그랑(왼쪽)과 장마르크 로셰트.
“봉준호 감독 같은 지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이 우리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서 정말 기쁩니다.”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인 프랑스 만화 ‘트랑스페르스네주(Transperceneige)’의 시나리오를 쓴 뱅자맹 르그랑은 15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작의 그림을 그린 장마르크 로셰트도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르그랑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영화 ‘설국열차’는 개봉 15일 만에 관객 7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질주 중이다. 지난달 31일 출간한 만화 ‘설국열차’(세미콜론)는 10일 만에 1만5000부가 팔려 6쇄 제작에 들어갔다. 이런 인기에 대해 로셰트는 “정말 기적 같다. 앞으로 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셰트는 “우리가 봉 감독을 선택한 게 아니라 봉 감독이 우리를 선택했다”며 “봉 감독이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왔을 때 ‘괴물’ ‘살인의 추억’을 알고 있었던 터라 고심하지 않고 함께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80년대에 프랑스 제작사로부터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세 번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절하길 잘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지금과 같은 실감 나는 화면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화 ‘설국열차’는 1권이 1984년, 2권은 1999년, 3권은 2000년에 출간됐다.

두 원작자는 이번 영화에서 카메오(특별출연자)로 등장한다. 화가로 출연해 직접 그림을 그린 로셰트는 “기차 안의 열악한 상황을 잘 표현하기 위해 촬영지 근처에서 더러운 종이를 주워다가 그림을 그렸다. 30여명의 스태프가 둘러싼 가운데 그림을 그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며 “영화를 잘 보면 화가가 손을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르그랑은 기다란 수염을 붙인 보조출연자 역을 맡았다.

‘설국열차’를 비롯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원소스멀티유즈로서 만화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 로셰트는 “자본의 제약을 받지 않고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만화의 가장 큰 장점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창작물의 소스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재해석된다는 것은 원작자로서 큰 기쁨”이라고 덧붙였다.

르그랑은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는 “프랑스에서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젊은 감독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 영화 ‘설국열차’는 10월 말 개봉한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