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이션…Fed, 출구 앞에서 만난 '복병'
내달 양적완화(QE) 정책의 출구전략 개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미국 중앙은행(Fed)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연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는 것. 그동안 Fed 안팎에서는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해야 매달 85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해왔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달 대비 각각 0.2%,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각각 1.7%, 1.2% 올랐다. Fed의 목표치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Fed 관계자들은 그동안 점진적인 물가 상승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자 이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심지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상승률 둔화로 Fed가 다음달 출구전략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Fed가 출구전략에 나서면 물가상승률은 더 낮아지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더 많은 거시경제 지표를 보고 (출구전략 개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FOMC도 지난달 31일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목표치인 2%를 밑돌면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사이에 물가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Fed는 9월17~18일 FOMC 직전에 발표되는 CPI와 PPI 상승률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2만명으로 2007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정반대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은 큰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