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8년간 지켜온 한국의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강성 노조가 생산현장을 장악하고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데다 높은 임금 상승에 걸맞은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내 생산 물량은 줄어드는 반면 해외 생산만 계속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 5개 완성차 업체의 올 1~7월 국내 공장 생산량은 262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274만대에 비해 4.4%가량 줄었다. 업체별로 인도 마힌드라가 인수한 뒤 노사 충돌이 사라진 쌍용차만 생산량이 19.8% 늘어났을 뿐 현대차(-5.3%), 기아차(-3.8%), 한국GM(-2.7%), 르노삼성(-26.0%)은 모두 감소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해외 공장 생산량은 올 상반기 19.5%나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후발 주자인 인도와 브라질 등은 생산량이 빠르게 늘면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6위 자동차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해 414만대로 한국(456만대)을 맹추격 중이다. 업계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2015년에는 인도가 5위 생산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 유연성이 낮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강성 노조의 매년 반복되는 파업 행보와 맞물리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한국과 비슷한 문제점을 보였던 프랑스의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처음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며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