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웅 "벙커선 샌드만?…고정관념부터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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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로 배우는 인생 - 고제웅 랑세스코리아 대표
골프나 사업이나 역지사지
골프장 설계자 의도 알면 코스 공략의 길 보이듯 고객입장 읽어야 사업 성공
좋고 나쁜 클럽 따로 없어…조직에 맞는 인재 최우선
골프나 사업이나 역지사지
골프장 설계자 의도 알면 코스 공략의 길 보이듯 고객입장 읽어야 사업 성공
좋고 나쁜 클럽 따로 없어…조직에 맞는 인재 최우선
“골프나 사업이나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잘 풀립니다. 골프장 설계자의 의도를 헤아려보면 코스 공략의 길이 보이죠. 사업을 할 때도 고객의 입장을 많이 배려해주면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구력 24년의 고제웅 랑세스코리아 대표(57)는 골프와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지름길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는 ‘역지사지론’을 강조했다. 랑세스코리아에서 32년을 근무하며 한 우물을 판 고 대표를 지난 12일 서울 신대방동 랑세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 대표는 1981년 랑세스코리아의 전신인 바이엘코리아의 유기화학사업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공이 잘 맞는 날은 해저드를 가로지르는 샷으로 과감하게 코스를 공략하지만 매번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롱홀에서는 세컨드 샷이 떨어지는 지점에 워터해저드나 벙커가 도사리고 있죠. 코스를 만든 설계자의 의도를 헤아려보면 코스 공략에 도움이 됩니다. 해저드에 빠져 보기를 범하기보다는 짧게 쳐서 한 번 돌아가면 파를 잡을 수 있죠.”
랑세스코리아는 독일의 특수화학기업 랑세스가 세계 각지 사업장에서 만든 프리미엄 합성고무와 플라스틱을 한국타이어 등 타어어 3사와 자동차 부품업체, 골프볼 제조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400억원을 돌파했다.
“사업상 거래할 때도 판매하는 입장과 구매하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업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의 변동이 크고 가격 변화도 큰데 한 번 계약을 맺으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어도 거래처를 바꾸지 않았죠. 그랬더니 그 업체는 가격이 떨어져도 힘들 때 도와줬다며 원래 계약한 가격대로 지급을 하더군요. 한 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장기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역지사지하는 노력의 결과 랑세스코리아의 고객사는 10~20년 동안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간다. 최근 한 업체와는 5년 장기 계약을 맺었고 한 품목은 5년 추가 계약을 했다.
고 대표는 1989년 선배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뒤 입문 3년 만에 싱글을 기록했다. 해외 골프대회 중계방송을 빠짐없이 보느라 매일 밤 소파에서 잠들 정도로 골프광이다. 핸디캡은 6~7 정도이며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홀인원은 없지만 이글은 23개로 평균 1년에 1개꼴을 기록한 셈이다.
고 대표는 “골프 입문 2년 만인 1990년 양주CC에서 기록한 첫 번째 이글을 잊을 수가 없다”며 “짧은 파5홀 세컨드 샷에서 3번 아이언으로 공을 홀 1m 안에 붙여 이글을 잡아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파 하기도 벅찰 때인데 이글을 잡으니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고 했다.
골프채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고 대표는 “볼이 잘 안 맞으면 채를 탓하면서 비싼 일제 채로 바꾸는 사람이 많지만 클럽이 비싸다고 잘 맞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태국에 출장을 가 렌털 클럽으로 골프를 쳤는데 85타를 기록했다”며 “처음 가본 코스에서 남의 채와 가장 싼 공으로 쳤는데 당시 평균 스코어를 쳤다”고 말했다. “좋은 클럽과 나쁜 클럽은 따로 없다”며 “내게 잘 맞는 클럽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인재 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특성이 다양하고 각자의 장점이 있어요. 명문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만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전 이력서를 잘 보지 않죠. 우리 회사 조직에 잘 녹아들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사람이 자원이에요.”
아마추어 골퍼에게 “고정된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고 대표는 “티샷은 꼭 드라이버로 치고, 어프로치는 웨지로만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벙커에 들어가면 샌드 웨지로만 칠 게 아니라 턱이 낮으면 5번 아이언으로 쳐도 된다”고 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클럽은 다양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며 “일할 때나 골프를 할 때나 창조적으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불황에 랑세스코리아도 비상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골프에서 배운 역지사지 정신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오랜 파트너십을 맺어온 기업들과 함께 위기를 이겨내야죠.”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구력 24년의 고제웅 랑세스코리아 대표(57)는 골프와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지름길로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는 ‘역지사지론’을 강조했다. 랑세스코리아에서 32년을 근무하며 한 우물을 판 고 대표를 지난 12일 서울 신대방동 랑세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고 대표는 1981년 랑세스코리아의 전신인 바이엘코리아의 유기화학사업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공이 잘 맞는 날은 해저드를 가로지르는 샷으로 과감하게 코스를 공략하지만 매번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롱홀에서는 세컨드 샷이 떨어지는 지점에 워터해저드나 벙커가 도사리고 있죠. 코스를 만든 설계자의 의도를 헤아려보면 코스 공략에 도움이 됩니다. 해저드에 빠져 보기를 범하기보다는 짧게 쳐서 한 번 돌아가면 파를 잡을 수 있죠.”
랑세스코리아는 독일의 특수화학기업 랑세스가 세계 각지 사업장에서 만든 프리미엄 합성고무와 플라스틱을 한국타이어 등 타어어 3사와 자동차 부품업체, 골프볼 제조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400억원을 돌파했다.
“사업상 거래할 때도 판매하는 입장과 구매하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업의 특성상 수요와 공급의 변동이 크고 가격 변화도 큰데 한 번 계약을 맺으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어도 거래처를 바꾸지 않았죠. 그랬더니 그 업체는 가격이 떨어져도 힘들 때 도와줬다며 원래 계약한 가격대로 지급을 하더군요. 한 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장기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역지사지하는 노력의 결과 랑세스코리아의 고객사는 10~20년 동안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간다. 최근 한 업체와는 5년 장기 계약을 맺었고 한 품목은 5년 추가 계약을 했다.
고 대표는 1989년 선배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뒤 입문 3년 만에 싱글을 기록했다. 해외 골프대회 중계방송을 빠짐없이 보느라 매일 밤 소파에서 잠들 정도로 골프광이다. 핸디캡은 6~7 정도이며 베스트 스코어는 이븐파. 홀인원은 없지만 이글은 23개로 평균 1년에 1개꼴을 기록한 셈이다.
고 대표는 “골프 입문 2년 만인 1990년 양주CC에서 기록한 첫 번째 이글을 잊을 수가 없다”며 “짧은 파5홀 세컨드 샷에서 3번 아이언으로 공을 홀 1m 안에 붙여 이글을 잡아냈다”고 회상했다. 그는 “파 하기도 벅찰 때인데 이글을 잡으니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고 했다.
골프채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고 대표는 “볼이 잘 안 맞으면 채를 탓하면서 비싼 일제 채로 바꾸는 사람이 많지만 클럽이 비싸다고 잘 맞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태국에 출장을 가 렌털 클럽으로 골프를 쳤는데 85타를 기록했다”며 “처음 가본 코스에서 남의 채와 가장 싼 공으로 쳤는데 당시 평균 스코어를 쳤다”고 말했다. “좋은 클럽과 나쁜 클럽은 따로 없다”며 “내게 잘 맞는 클럽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인재 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특성이 다양하고 각자의 장점이 있어요. 명문대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만 채용하지는 않습니다. 전 이력서를 잘 보지 않죠. 우리 회사 조직에 잘 녹아들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사람이 자원이에요.”
아마추어 골퍼에게 “고정된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고 대표는 “티샷은 꼭 드라이버로 치고, 어프로치는 웨지로만 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벙커에 들어가면 샌드 웨지로만 칠 게 아니라 턱이 낮으면 5번 아이언으로 쳐도 된다”고 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클럽은 다양하게 사용하는 게 좋다”며 “일할 때나 골프를 할 때나 창조적으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불황에 랑세스코리아도 비상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골프에서 배운 역지사지 정신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오랜 파트너십을 맺어온 기업들과 함께 위기를 이겨내야죠.”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