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국영은행의 부실자산 처리를 위해 글로벌 대형은행과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공상은행의 부실자산 관리를 맡고 있는 화룽(華融)자산관리공사가 내년 홍콩에서 하기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국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독일 도이체방크와 접촉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이같이 전하며 “중국이 신용 거품에서 비롯된 부실 대출과 그림자 금융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않고 시장 논리에 맡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1999년 4대 국영은행(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의 부실자산 관리를 전담하는 국영 자산관리공사 네 곳을 설립했다. 공상은행은 화룽이 맡았으며 건설은행은 신다(信達), 중국은행은 둥팡(東方), 농업은행은 창청(長城)이 각각 담당했다.

화룽을 비롯한 4개 자산관리공사는 현재 모두 비상장사이며, 실적과 구체적인 활동 내역 또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은행권에서 부실 대출과 그림자 금융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 회사들의 역할과 가치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 내 은행 부실대출 규모는 총 5395억위안을 기록, 8분기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신다는 지난해 스위스 UBS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총 16억달러를 조달받았으며, 올 연말쯤 홍콩 증시에 상장될 계획이다. FT는 “화룽은 아직 서방 금융사들과 투자 관련 협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전략적 투자 파트너를 찾는 데 성공할 경우 신다의 IPO 방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트레버 캘시크 말레이시아 CIMB증권 애널리스트는 “화룽과 신다 등 부실자산 관리 회사들은 이미 수년째 중국의 부실 대출 시장 안정에 큰 기여를 해 왔다”며 “중국 정부가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간 자본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