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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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융사 통제 못해 위기 잠복…中 과잉투자 따른 문제 쌓여있어
성장동력 찾아야할 우리의 길은?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교수 leejm@yonsei.ac.
성장동력 찾아야할 우리의 길은?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교수 leejm@yonsei.ac.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가. 미국은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고, 유럽은 아직 회복 기미가 약하지만 최악의 상태는 지난 것 같다. 일본의 경기 회복은 ‘아베노믹스’의 성공에 달려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나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어떤가. 비관론이 상당하다. 폴 크루그먼처럼 ‘과잉투자’가 자본의 생산성을 낮춰서 성장 엔진이 멈출지 모른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과잉투자는 이번 위기 전부터 있던 현상이다. 중국 정부도 그에 따르는 비효율, 거품, 부패, 불평등 등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중국은 바로 그런 이유로 구조조정을 개시하려는 시점에서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던 것이다. 구조조정을 미루고 확장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은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은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라도 하면 일본 같은 장기 불황으로 갈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개도국이고 구조조정의 성공을 최종적으로 담보할 재정상태도 건전하다. 지난 10여년과 같은 고도성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연 7~8%씩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는 일단 수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서 세계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번 위기는 미국 경제의 문제점과 강점을 함께 부각시켰다.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진행된 ‘금융자본의 발호(跋扈)’다. 반면 미국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이 그런 것이다. 이것은 현대 경제학의 본가(本家)로서 미국이 쌓은 ‘내공력’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과 함께 재정정책을 썼으면 더 빨리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현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 후 재정 적자가 늘어난 것을 기회로 해서 바로 위기 때문에 더 필요해진 복지제도를 흔들려는 세력이 득세했다. 이번 위기가 1920년대 이래 최대로 벌어진 불평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인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가 안 된 것도 문제다. 금융자본 문제는 무엇보다 ‘대마불사’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를 쪼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책인데, 그런 것은 엄두도 못 냈다. 그 사이에 은행들은 오히려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또 대형 위기가 터질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어떤가. 금융자본의 발호나 위기를 계기로 복지를 삭감하려는 세력은 약하다. 반면 통화정책은 케인스가 이야기한 대로 ‘비상한 시기에 과거의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버냉키와 미국에서 동문수학한 마리오 드라기가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되면서 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일본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아베노믹스를 시행하게 됐다. 유럽과 일본은 이번 위기에서 미국에 비해 ‘소프트 파워’가 달린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은 어떤가. 아직 개도국인 중국을 선진국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체제는 위기에서 강점을 보여 주었다. 보통의 시장경제에서 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거두어 가기’ 마련이다. 반면 중국은 위기가 닥치자 국영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무한정 풀게 했다. 폭우가 내리자 큰 우산을 펼친 것이다. 2009년에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50% 늘어서 사상 최대의 케인스식 재정정책을 쓴 셈이 됐다. 지금 문제가 되는 중국의 과잉투자는 그렇게 해서 심화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효율, 거품, 부패, 불평등 문제도 악화됐다. 중국은 앞으로 권위주의 정치의 문제점과 함께 이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공황 이래 최대인 이번 위기가 일어나고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는 강점과 약점을 드러냈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 이런 것들은 물론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 내부의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교수 leejm@yonsei.ac.
중국은 어떤가. 비관론이 상당하다. 폴 크루그먼처럼 ‘과잉투자’가 자본의 생산성을 낮춰서 성장 엔진이 멈출지 모른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과잉투자는 이번 위기 전부터 있던 현상이다. 중국 정부도 그에 따르는 비효율, 거품, 부패, 불평등 등의 문제를 알고 있었다. 중국은 바로 그런 이유로 구조조정을 개시하려는 시점에서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던 것이다. 구조조정을 미루고 확장정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중국은 구조조정을 더 미룰 수 없다.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은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라도 하면 일본 같은 장기 불황으로 갈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개도국이고 구조조정의 성공을 최종적으로 담보할 재정상태도 건전하다. 지난 10여년과 같은 고도성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연 7~8%씩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는 일단 수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서 세계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번 위기는 미국 경제의 문제점과 강점을 함께 부각시켰다.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은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진행된 ‘금융자본의 발호(跋扈)’다. 반면 미국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이 그런 것이다. 이것은 현대 경제학의 본가(本家)로서 미국이 쌓은 ‘내공력’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적완화 같은 통화정책과 함께 재정정책을 썼으면 더 빨리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현실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 후 재정 적자가 늘어난 것을 기회로 해서 바로 위기 때문에 더 필요해진 복지제도를 흔들려는 세력이 득세했다. 이번 위기가 1920년대 이래 최대로 벌어진 불평등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인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가 안 된 것도 문제다. 금융자본 문제는 무엇보다 ‘대마불사’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를 쪼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책인데, 그런 것은 엄두도 못 냈다. 그 사이에 은행들은 오히려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또 대형 위기가 터질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어떤가. 금융자본의 발호나 위기를 계기로 복지를 삭감하려는 세력은 약하다. 반면 통화정책은 케인스가 이야기한 대로 ‘비상한 시기에 과거의 통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버냉키와 미국에서 동문수학한 마리오 드라기가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되면서 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일본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아베노믹스를 시행하게 됐다. 유럽과 일본은 이번 위기에서 미국에 비해 ‘소프트 파워’가 달린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은 어떤가. 아직 개도국인 중국을 선진국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체제는 위기에서 강점을 보여 주었다. 보통의 시장경제에서 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거두어 가기’ 마련이다. 반면 중국은 위기가 닥치자 국영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무한정 풀게 했다. 폭우가 내리자 큰 우산을 펼친 것이다. 2009년에는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50% 늘어서 사상 최대의 케인스식 재정정책을 쓴 셈이 됐다. 지금 문제가 되는 중국의 과잉투자는 그렇게 해서 심화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비효율, 거품, 부패, 불평등 문제도 악화됐다. 중국은 앞으로 권위주의 정치의 문제점과 함께 이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공황 이래 최대인 이번 위기가 일어나고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는 강점과 약점을 드러냈다. 세계 경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에서 이런 것들은 물론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성장동력 약화와 양극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 내부의 사정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교수 leejm@yonsei.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