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폐촌행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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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폐촌행
신경림
떨어져 나간 대문짝
안마당에 복사꽃이 빨갛다
가마솥이 그냥 걸려 있다
벌겋게 녹이 슬었다
잡초가 우거진 부엌바닥
아무렇게나 버려진 가계부엔
콩나물값과 친정 어미에게 쓰다 만 편지
빈집 서넛 더 더듬다가
폐광을 올라가는 길에서 한 늙은이 만나 동무들 소식 물으니
서울 내 사는 데서 멀지 않은
산동네 이름 두어 곳을 댄다.
수록된 시집 제목이 이 시를 잘 표현해줍니다. ‘쓰러진 자의 꿈’. 세상에 밀린 고단한 삶, 떠난 자리에 남은 쓸쓸함. 우리 생이 때로는 폐촌 아니던가요.
이를 위로하는 시인의 시선에 일어나 다시 꿈꾸기를.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신경림
떨어져 나간 대문짝
안마당에 복사꽃이 빨갛다
가마솥이 그냥 걸려 있다
벌겋게 녹이 슬었다
잡초가 우거진 부엌바닥
아무렇게나 버려진 가계부엔
콩나물값과 친정 어미에게 쓰다 만 편지
빈집 서넛 더 더듬다가
폐광을 올라가는 길에서 한 늙은이 만나 동무들 소식 물으니
서울 내 사는 데서 멀지 않은
산동네 이름 두어 곳을 댄다.
수록된 시집 제목이 이 시를 잘 표현해줍니다. ‘쓰러진 자의 꿈’. 세상에 밀린 고단한 삶, 떠난 자리에 남은 쓸쓸함. 우리 생이 때로는 폐촌 아니던가요.
이를 위로하는 시인의 시선에 일어나 다시 꿈꾸기를.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