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노동 유연성' 타고 살아나는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가 최근 생산성과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는 등 경쟁력을 되찾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장 폐쇄와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미국자동차노조(UAW)의 양보를 얻어내 노동 유연성을 높인 결과다. 반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고임금·저생산성 구조를 갖고 있다는 지적에도 20일께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美 자동차 '노동 유연성' 타고 살아나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경영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에서 한 주에 80시간 이상 생산설비를 가동하는 자동차 공장 비중이 전체의 4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는 이 비중이 11%에 불과했다. WSJ는 이 수치를 근거로 미국 자동차산업이 과거 영광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미국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HPV)은 15.4시간으로, 현대차 국내 공장(30.5시간)의 절반에 불과했다. 경기 회복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빅3’의 수익성이 개선된 근본 요인은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 파산 이후 나온 미국 자동차 노사 간 협약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드 북미법인은 지난 상반기 47억7000만달러의 세전 이익을 올렸고 GM은 이자비용 및 법인세 차감 전 이익(EBIT)이 34억달러에 달했다. 올리버와이먼은 이런 성과가 노조의 양보 덕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빅3’는 UAW와의 협약을 통해 신규 채용 직원에게는 기존 직원(시간당 28~38달러)의 절반 수준인 시간당 14~17달러만 지급하는 이중 임금제를 도입했다. 초과근무수당도 크게 줄어 야간 및 주말에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공장을 돌리고 있다.

UAW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올해 1억원 상당의 임금을 추가 지급해 달라는 등 180가지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특히 다음달 말 노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노조 내부 계파들끼리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자동차산업 회생을 위해 양보한 UAW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이태명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