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저가항공인 제스트항공의 결항 사태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한국인 관광객 1000여명이 필리핀 현지에 발이 묶인 채 귀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와 제스트항공 국내 총판대리점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와 칼리보, 세부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제스트항공 승객은 하루 900명에 이른다. 칼리보와 세부에서 부산 김해공항으로 들어오는 제스트항공편에도 이날 350명이 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17일부터 제스트항공이 운항을 중지하면서 이틀 동안 2100여명이 필리핀 현지에서 예약 항공편을 타지 못했다. 이들 가운데 329명은 칼리보와 마닐라에서 필리핀항공과 세부퍼시픽항공이 편성한 임시 항공기를 이용해 이날 오전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일부 승객은 여행사를 통하거나 직접 다른 항공사 항공권을 구입해 귀국길에 오르고 있어 필리핀에 발이 묶인 승객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제스트항공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부퍼시픽항공이 19일까지 칼리보~인천 노선의 임시 항공기를 운영할 예정이며 필리핀항공 대한항공과는 임시편 운항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스트항공 측도 자사 승객이 마닐라에서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대한항공 타이거항공 에어아시아 등에 전세기 편성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총판대리점 관계자는 “국내에서 필리핀으로 가는 승객의 항공권 예약은 일단 19일까지 모두 취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지에 발이 묶인 관광객들은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으로 공항에서 10시간 이상 대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여행사가 마련한 항공편으로 귀국한 정모씨(44)는 “18일 0시30분 출발 예정이었으나 10시간 넘게 기다리다 여행사 측이 마련해준 비행기를 타고 겨우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필리핀 항공당국은 16일 오후 제스트항공이 안전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자격을 정지하고 운항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마닐라, 세부, 칼리보와 인천을 잇는 항공편은 17일 10편, 18일 10편이 결항됐다. 19일 8편도 운항이 취소됐다. 국내 항공사들도 제스트항공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떠날 예정이던 여행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전예진/인천=김인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