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 정부의 실무접촉 제의를 18일 수용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함께 제의했다.

우리 정부는 이산상봉 실무접촉 수용을 환영하면서도 장소를 북한이 제안한 금강산이 아닌 판문점에서 갖자고 거듭 제의했다. 또 금강산 관광 관련 회담에 대한 입장 발표는 보류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내고 “오는 추석을 계기로 금강산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며 10·4선언 발표일에 즈음해 화상 상봉을 진행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회담은 “남측의 제안대로 오는 23일에 개최하도록 하며 장소는 금강산으로 하자”고 수정 제의했다.

조평통은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하루 전인 오는 22일 갖자고 제의하며 “관광객 사건 재발 방지, 신변 안전, 재산 등 남측의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北 ‘달러박스’ 금강산에 더 관심…南 “피격 사과도 없이…”

신중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연이어 갖자는 것은 두 사안을 패키지로 묶겠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물꼬가 트인 것을 계기로 북한의 또 다른 ‘달러 박스’인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성사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긴급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 측 제의에 동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산 상봉 접촉 장소는 당초 제기한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으로 하자”고 말했다. 또 금강산 관광 실무회담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 검토 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 의제와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김 대변인은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계속 요구한 이유에 대해 “여러모로 교통이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정부 내 분위기다.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2008년 발생했던 북한 초병의 남측 관광객 피격과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이 무고하게 피격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기본”이라며 “일반 국민이나 국제사회가 봤을 때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겠다고 믿을 만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관광 대가를 핵 개발이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에 전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