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월세 대책 고심] 월세대출, 일반주택 확대 추진…대출한도 3천만→5천만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택 정책의 주안점을 전·월세난 해결에 두라”고 주문하면서 관계 부처들도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전세난의 근본 원인이 매매시장 침체에 따른 전세 수요 급증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단 전월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달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결국은 야당이 제안한 ‘전월세 상한제(전월세 인상폭 규제)’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세 상한제 ‘뜨거운 감자’ 되나

최근 전셋값 고공행진이 사그라지지 않자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분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도 있지만, 당장 가격 안정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정부와 새누리당도 최근 야당과의 정책 조율을 위한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 등을 위해 야당인 민주당이 협조하면 전월세 상한제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집주인과 세입자가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고, 세입자가 희망하면 1회에 한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월세 상한제는 도입 전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한꺼번에 끌어올려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도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월세 상한제는 당장 가격안정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줄어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전·월세 대책 고심] 월세대출, 일반주택 확대 추진…대출한도 3천만→5천만원으로
전문가들은 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바우처’ 제도와 같이 보조금을 통한 지원도 해법으로 제시한다. 또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는 공공임대주택 물량 확대보다는 세제 지원 등을 통해 민간 공급을 늘리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상황에서 전월세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뾰족한 대책은 나오기 힘들다”며 “장기적으로는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매매’로 바꾸는 정책 시급

정부는 최근 전세난의 근본적 원인은 매매시장 침체에 따른 ‘전세 수요 쏠림’으로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율 영구 인하를 놓고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국토부 등이 현재 최종 조율 중이다. 이달 말께 세부 내용이 발표되면 매매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새누리당은 20일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매매시장 정상화를 통한 전세난 해소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월세난의 근본 해결책은 매매를 활성화해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와 분양가 상한제 등을 폐지해 경기 활성화에 대한 메시지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전세난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전세만 선호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전세자금대출 확대 등은 오히려 문제를 키운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전세 수요를 매매로 전환하는 정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매매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특별한 전세 대책은 없다”며 “전세 쪽에만 지원 대책이 나오는데 월세 대출에 대한 보증 상품 등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날 월세자금대출 대상 및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은 월세자금 대출 활성화를 위해 대출대상을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대출 대상자의 신용등급을 ‘6등급 이상’에서 ‘8등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월세자금대출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출 한도 역시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집주인에 대한 인센티브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공공 부문에서는 값싼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민간주택 매매규제 등은 신속하게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정락/김보형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