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왼쪽부터), 이석수 KT 경쟁정책담당 상무, 박형일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마련된 주파수 경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왼쪽부터), 이석수 KT 경쟁정책담당 상무, 박형일 LG유플러스 사업협력담당 상무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마련된 주파수 경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경매 첫날인 19일, 이동통신 3사가 라운드마다 기본 베팅액 수준을 적어내는 등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였다. 6라운드까지 진행된 이날 경매에서는 같은 밴드 플랜에 입찰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를 제치고 기선을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매는 총 50라운드의 오름 입찰과 1라운드의 밀봉 입찰로 진행된다. 업계는 경매 초반 기본 베팅 수준의 경쟁을 벌이다 30라운드 이후 본격적인 전략 대결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본 베팅하며 눈치작전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경기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열린 주파수 경매에서 2개의 주파수 대역 조합 중 ‘밴드플랜1’이 승자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밴드플랜1에는 2개 사업자가 참여했다. 입찰가 총액은 시작가격 1조9202억원에서 258억원 늘어난 1조9460억원으로 올랐다. 패자가 된 ‘밴드플랜2’는 1조9374억원으로 시작가 대비 172억원 올랐다. 미래부는 사업자 간 담합과 과열 경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각 라운드에 어떤 사업자가 얼마를, 어떤 대역에 입찰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이번 경매는 KT가 기존에 보유한 1.8기가헤르츠(㎓) 인접대역(D2)을 제외한 밴드플랜1과 이를 포함한 밴드플랜2로 나눠 경합을 벌이는 구조다. KT는 D2 대역을 확보하면 총 35㎒의 연속 대역(LTE 광대역화)을 이용해 현재보다 두 배 빠른 LTE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KT가 사활을 걸고 D2를 확보하려는 이유다.

이날 D2 대역이 빠진 밴드플랜1이 승자가 됐고 2개 사업자가 참여한 것으로 미뤄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승자, KT가 패자가 된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SK텔레콤은 밴드플랜1의 2.6㎓ 대역(B1), LG유플러스는 1.8㎓ 대역(C1)을 택했고 KT는 밴드플랜2의 D2 블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매 초반 SK텔레콤-LG유플러스 연합과 KT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

다만 6라운드 동안 입찰 총액 증가분이 258억원에 그치는 등 이통 3사 모두 기본 베팅액(이전 입찰액의 0.75% 증액)만 올리는 보수적인 경쟁을 벌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경매 첫 라운드에서도 이통 3사는 모두 최저 경매가를 써내 추첨으로 승자를 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파수 경매 운영반장인 박준국 미래부 주파수자원관리팀장은 “사업자들이 라운드당 한 시간으로 제한된 입찰시간 내에 정상적으로 입찰을 했다”며 “금액도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철통 보안’ 경매장

통신시장의 경쟁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날 주파수 경매는 유례 없는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주파수 경매장에는 서로 단절된 네 개의 방이 있다. 방 세 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입찰실이다. 나머지 한 개는 미래부의 주파수 경매 운영본부다. 미래부는 보안을 위해 경매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 오전까지 경매장을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쳤다.

각 입찰실에는 통신사에서 파견한 세 명, 이들을 지켜보는 미래부 행정요원 두 명이 들어간다. 이들이 허가받은 통신 수단은 휴대폰 두 대와 팩스 한 대뿐. 인터넷 연결이 안 된 노트북 한 대도 주어진다. 각 통신사는 본사에 상황실을 꾸렸다.

상황실의 의사 결정과 지휘에 따라 입찰실 대리인이 라운드마다 특정 주파수 대역의 입찰가를 적어낸다.

통신사에서 파견한 9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찰실 안에서 경매에 임해야 한다. 외부 출입은 할 수 없다. 점심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입찰대리인이 운영본부로 입찰서를 제출하러 갈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미래부 행정요원이 동행한다. 담합 등의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미래부는 20일 오전 9시에 7라운드부터 경매를 속개할 예정이다.

■ LTE 광대역화

통신사들은 휴대폰의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해 각각 20㎒ 대역의 주파수를 쓰고 있다. 이 대역을 40㎒로 넓히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두 배 빠르게 할 수 있다. 2차로보다 4차로에서 더 속도를 낼 수 있는 것과 같다. 미래창조과학부가 19일 시작한 주파수 경매는 통신사들에 35~40㎒의 광대역을 배정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KT는 현재 사용 중인 1.8㎓ 주파수(20㎒)의 인접 대역(15㎒)을 확보하면 갓길을 터서 광대역화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KT의 인접 대역 확보 여부가 이번 경매의 쟁점이 된 것이다.

전설리/김태훈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