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법학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주최한 ‘상법 개정안의 쟁점과 그 평가’ 세미나에서 권종호 건국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한국경제법학회가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주최한 ‘상법 개정안의 쟁점과 그 평가’ 세미나에서 권종호 건국대 교수(왼쪽 세 번째)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경제법 전문가들이 법무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법무부 상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장이 기업의 심장부에 파고드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라며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최 교수는 한국경제법학회 주최로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하계학술대회에서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그 평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제1주제인 감사위원 분리 선임에 관한 쟁점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상법 개정안대로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최대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외국계 펀드는 여러 개 펀드로 지분을 3% 미만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며 “결국 외국계 펀드는 감사위원회나 이사회에 최소 1명 이상 진출시킬 수 있는 등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3% 룰’은 적장이 기업의 심장부에 파고드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가능성이 있다”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2011년 법무부가 상법 제·개정을 위해 만든 1기 상법 특위에서 운송편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발족한 2기 상법 특위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회사편 위원장을 역임했다.

최 교수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쟁점에 대해 발제한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상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주 교수는 “집중투표로 선임된 이사는 자신을 이사로 선임해준 소수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할 뿐 나머지 소수주주나 주주 전체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집중투표제가 기업 가치 증진에 도움에 된다는 이론적 근거나 실증적 증거는 없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기업 경영 활동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집행임원제 의무화에 대해 발표한 서완석 가천대 법대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며 “집행임원제 같은 획일적인 구조를 기업에 강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6일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25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정부안을 최종 확정한 뒤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