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5억 '모시송편'의 기적
19일 한산모시로 유명한 충남 서천군 달고개마을. 푹푹 찌는 날씨에도 대여섯 명의 70~80대 할머니가 부지런히 모시송편을 빚고 있었다. 부녀회장 백승화 씨(52)는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주문이 밀려들어 마을 사람 20여명이 달라붙은 상태”라며 “올해 매출은 5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 같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70대가 주력인 노령산업, 부가가치가 전 산업의 2%에 불과한 낙후산업으로 더 이상 자생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을 들었던 한국 농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산업 전반에 아이디어 스토리 콘텐츠를 입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진화를 꿈꾸고 있다.

달고개마을은 입는 모시를 먹는 모시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으로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인 지역을 활력 넘치는 일자리 마을로 탈바꿈시켰다.

경북 문경시의 오미자 농가들은 기업과 손잡고 주스 와인 등 고품질 가공식품을 생산하면서 복합산업단지 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올린 매출 1000억원은 웬만한 중견기업도 부럽지 않은 규모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숱한 실패 속에 성장한 ‘농촌형 기업가’들이 있다. 딸기나무 두둑을 체험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감각, 나눠주기식 정책자금 대신 ‘투자자’를 찾는 장기적 안목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다르다. 정부도 1차 산업(작물 재배)에 2차(가공) 3차(서비스업 등)를 더한 6차 산업을 농업의 새로운 미래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최근 경기 화성시 화옹지구의 첨단 유리온실 논란은 아직 한국이 ‘농업=과보호 대상’이라는 상투적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병오 강원대 교수는 “농촌에 혁신적 기업가 정신이 속속 뿌리를 내리고 정부도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농업도 얼마든지 한국의 새로운 신성장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서천=최만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