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전투기(FX) 사업 최종 입찰 후보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입찰서류에 문제점이 발견돼 사실상 탈락했다. 이로써 미국 보잉사의 F-15SE가 FX기종으로 유력해 졌다. 정부는 내달 중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기종을 선정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8일 “최종 입찰에 참가해 총사업비(8조3000억원) 한도 내 가격을 써냈던 2개 업체 중 1개 업체의 입찰 서류에서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업체는 부적격 처리하고 나머지 1개 업체만 적격으로 방추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점이 발견된 업체는 상호 합의한 조건을 임의로 변경해 이를 근거로 가격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문제점이 발견된 기종은 EADS의 유로파이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재하는 방추위에서 F-15SE를 기종으로 선정하면 F-X 기종 선정 작업은 종료된다. 그러나 방추위에서 유로파이터의 입찰서 내용에 대한 해석을 놓고 위원들 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도 있어 사업방식 재검토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로파이터의 입찰 서류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단좌(조종석 1개), 복좌(조종석 2개)식 전투기 생산 대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은 애초 단좌기 45기, 복좌기 15기를 요구했으나 유로파이터는 최종 입찰서류에 복좌기 6대만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파이터 측 관계자는 “복좌기가 단좌기보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예산 범위에 맞추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이는 총사업비 한도를 초과한 것”이라며 “1년 가까이 진행해온 협상 내용을 인위적으로 바꿨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정부는 FX 선정 업체가 총사업비 한도 내에서 기존 항공기를 개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유로파이터는 총사업비 이외의 별도사업으로 개조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16일 마지막 가격입찰에서 유로파이터와 F-15SE가 총사업비 한도 내의 가격을 제시해 FX 후보는 2개 기종으로 압축됐다. 유력 기종으로 거론되던 F-35A(록히드마틴)는 총사업비를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해 경쟁에서 탈락한 상태다.

총사업비 한도를 초과한 업체들도 방사청과 임시계약을 맺으면 기종평가 대상은 되지만 최종 기종선정 업체는 될 수 없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