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권희원 사장(앞줄 왼쪽)과 노환용 사장(가운데) 등이 작년 2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담합 절대금지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LG제공
LG전자 권희원 사장(앞줄 왼쪽)과 노환용 사장(가운데) 등이 작년 2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담합 절대금지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서명하고 있다. LG제공
“지금부터 LG는 협력회사에서 경조금을 일절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취지를 이해하시고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윤리경영 팔 걷은 기업] LG, 협력업체에 자녀 결혼 공지 금지…경조사 규정 강화해 '정도경영' 실천
LG는 올해 초 계열사 대표 명의로 모든 협력사에 이 같은 공문을 보냈다. LG 관계자는 “정도경영을 실천하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에 따라 경조사 규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정도경영과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윤리 경영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작년 2월엔 “담합하면 누구든 책임을 묻겠다”고 한 데 이어 “좀 더 엄격한 잣대를 갖고 정도경영을 지켜나가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자녀 결혼 공지 금지

작년까지만 해도 LG 임직원들은 5만원 이내의 경조금과 승진 축하 선물은 계열사 윤리사무국에 신고하지 않고 협력사나 거래업체에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협력사에서 경조금과 각종 선물을 받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도록 했다.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업무가 아닌 일로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일을 없게 하기 위해서다.

소액의 경조금이더라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LG 임직원들은 오히려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신들의 경조사를 알까봐 전전긍긍할 정도다. 불필요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협력사에 경조사를 비밀로 하고 있다.

동시에 LG는 사내 게시판에 임원 자녀 결혼식 소식을 공지하던 관행도 없앴다. 위반하면 사안에 따라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전무급 이상 임원은 자율적으로 특급 호텔 같은 호화예식장을 피하고, 하객 규모와 예물을 최소화하는 ‘작은 결혼식’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미 결혼식장을 잡은 사례도 있고 계열사별 임직원 교육도 필요하다고 보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전 계열사에 새로운 윤리규범을 적용할 방침이다.

정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직원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예방교육을 실시한다. 영업직원들이 공정거래와 담합 예방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으며, 구매 부서 직원들은 하도급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법무인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2010년 이후 매년 법무인력을 10%씩 늘려 현재 230여명을 확보했다.

이종상 LG 법무·준법지원팀장(전무)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약 검토, 법률자문 등의 업무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특허소송 대응도 법무 인력의 업무다. LG전자는 200명 수준인 특허센터 인력 규모를 수년 내 3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직원 비리에 무관용

LG는 임직원 비리에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올 들어 계열사 경영진단을 담당하는 ‘정도경영 태스크포스(TF)’ 산하에 윤리사무국을 신설했다.

부정비리 제보도 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임직원 부정비리 제보 건수는 112건으로 41건이었던 2011년에 비해 173% 늘었다. 가장 제보가 많았던 2009년(62건)보다 80%나 증가했다. 전체 제보에서 부정비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9%에서 지난해 25%로 늘었다.

면밀한 조사와 한층 엄격해진 규정 때문에 임직원들이 중징계를 받은 건수도 급증했다. 중징계 사건은 2010년 19건에서 2011년 2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제보자에 대해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고 온라인 신문고를 적극 활용하면서 부정비리 고발이 크게 늘었다”며 “정도경영을 강화하고 조직이 투명해져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처벌 수위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공정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불평등을 없애는 데도 힘쓰고 있다. 출산 및 육아 휴가를 써야 할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쉴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2009년까지 출산·육아 휴가를 쓴 남자 직원이 전무했지만 2011년 9명에서 지난해 16명으로 늘었다. 출산·육아 휴가를 사용한 여직원 수도 2010년 313명에서 2012년 403명으로 많아졌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지난해 출산·육아 휴가를 사용한 여직원 수가 307명으로 전년(138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