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한국 금융시장 인프라 미흡"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지급결제제도위원회(CPSS) 등이 올 상반기에 주요 국가의 금융 및 자본시장 인프라 구축 이행을 점검한 결과 한국이 사실상 낙제점인 ‘미흡’ 수준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주요 28개국 중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 내 일본 홍콩 싱가포르보다도 낮았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은 이번 1단계 평가에서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해 연말이나 내년 초 있을 재평가에 대비할 방침이다.

20일 BIS에 따르면 지급결제위원회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최근 ‘금융시장 내 주요 청산·결제 인프라의 국제 권고기준(PFMI)’에 대한 주요 28개 국가별 이행사항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PFMI는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금융시장 인프라의 위기 대응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주요 20개국(G20)의 합의에 따라 마련된 글로벌 규제다.

이번 점검은 작년 4월 발표한 PFMI의 원칙과 책무를 관련 법이나 감독 규정에 제대로 반영했는지 평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장외파생상품 결제와 관련한 중앙청산소(CCP)를 비롯해 지급결제, 증권예탁결제, 거래정보저장소(TR) 등 4개 부문에 걸쳐 각각 원칙(principles)과 책무(responsibilities, 감시·감독 기관과 책무를 명시)로 구분해 평가했다. 1~4점으로 매겼으며 4점이 만점(충족)이다.

한국은 원칙 반영도에서 지급결제 부문은 4점 만점을 받았으나 중앙청산소와 증권예탁결제는 각각 2점, 거래정보저장소는 1점에 그쳤다. 책무 반영도에서는 다른 3개 부문이 4점 만점을 받은 것과 달리 거래정보저장소는 최저점인 1점에 머물렀다. 한 금융시장 전문가는 “PFMI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G20 합의 사항인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뢰도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받은 점수는 아시아 주요국 중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높지만 전 부문 만점을 받은 영국 일본은 물론 대부분 요건을 충족한 싱가포르, 홍콩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는 점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1단계에서는 법이나 규정에 제대로 반영했는지 명시적인 부분만 봤다”며 “2단계 평가에서는 미비점을 보완하고 한국의 법 현실을 감안해 권고 기준을 실질적으로 잘 따르고 있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정보저장소 등 일부 항목은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이행 조건 충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정보저장소 관련 부분은 자본시장법에 반영해야 하는데 금융거래에서 개인의 정보를 보호한다는 금융실명제법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법은 자본시장법보다 상위에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 지급결제제도위원회

CPSS·committee of payment and settlement systems. 지급결제 운영·평가 기준 제정 등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으로 이뤄진 국제결제은행(BIS) 산하의 국제기구.

■ 국제증권감독기구

IOSCO·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ecurities commissions. 건전한 자본시장 유지, 감독기관 간 정보 교환 등을 논의·협력하기 위해 증권감독기관들이 구성한 국제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