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펀드(재형펀드)의 상품 간 수익률 격차가 지난 3월 초 설정된 지 5개월여 만에 20%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베트남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한 펀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이지만 신흥국 채권에 투자한 상품은 6% 넘는 손실을 냈다. 재형저축펀드는 중산층의 재산마련을 목적으로 7년 이상 투자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금융투자상품이다. 특히 장기 투자 상품이라 향후 수익률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어 펀드 선별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재형저축펀드 수익률 '극과 극'…설정 5개월만에 수익률차 20%P

○수익 차이, 5개월 만에 20%P

재형펀드 절반 이상은 설정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로 원금 손실 상태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8개 재형펀드 중에서 지난 19일 수익률 기준 29개만 설정 후 수익률이 플러스 상태다.

지난 3~4월 설정 이후 5개월여 만에 펀드 간 수익률 격차는 19.86%포인트에 달했다. 미국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신한BNPP재형봉쥬르미국자(H)’는 설정 이후 11.81% 수익률로 가장 높다. 또 해외주식혼합형인 ‘동양재형베트남적립식자(H)’(11.13%), 국내채권알파형인 ‘플러스재형와이드셀렉션1’(7.94%)은 설정 이후 상위 성과를 나타냈다.

반면 신흥국채권펀드들은 최하위권을 이뤘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 속에서 신흥국채권 위주로 손실폭이 컸기 때문이다. ‘하나UBS재형글로벌이머징국공채자’(-8.05%)의 손실폭이 가장 컸고, ‘KB재형이머징국공채인컴자’ ‘피델리티이머징마켓재형자’ 등도 설정 이후 -7~-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지난 3월6일부터 각 운용사는 장기 성과가 견조한 대표펀드와 인컴펀드, 혼합형펀드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 위주로 재형펀드를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투자자가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소득 금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로 제한돼 있어 전체 설정액은 406억원에 그친다. 설정액이 1억원도 안되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최근 3개월 새 185억원이 유입됐을 정도로 꾸준히 자금은 들어오고 있다.

○7년 투자상품, 주식혼합형 유리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 흐름도 크게 뒤바뀔 수 있어 현재 성과로 펀드를 가늠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따라서 장기 성과가 견조한 운용사 상품을 여러 개 펀드로 분산 투자할 것을 권했다. 박수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컨설팅본부 팀장은 “일단 펀드에 한번 가입하면 펀드 간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 개 펀드에 가입한 뒤 시황에 맞게 펀드 간 납입액을 조정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기 투자 상품이라 펀드 설정 초기에도 3년 이상 운용 성과가 견조한 운용사 대표 펀드 위주로 투자자들이 몰렸다. 자금 유입 상위펀드가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192억원), ‘KB재형밸류포커스30자’(38억원)다. 이들 펀드의 실제 성과도 설정 이후 수익률이 각각 4.41%, 0.69% 등으로 전체 재형펀드 중 상위권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재형저축 근본 목적은 재산의 점진적 축적이기 때문에 오로지 주식보다 주식혼합형이 장기수익을 방어하기 수월하다”며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 7년 뒤를 놓고 본다면 채권보다는 주식혼합형이 유리하고, 특히 시황에 관계없이 수익을 내는 롱쇼트 전략 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