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황금알 거위' 잡을 세금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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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원 마련 위한 세제 개편
저성장·고령화·통일의 큰 틀에서 성장동력 훼손 않는 증세법 필요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 교수
저성장·고령화·통일의 큰 틀에서 성장동력 훼손 않는 증세법 필요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 교수
“왜 하필이면 거위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데 화가 난 친구가 내게 물어왔다. 중상주의로 프랑스를 부국으로 만든 재상 콜베르의 ‘거위 털 뽑기’에 비유한 세금 징수는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 흔히 인용되는 문구다. 하지만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거위 몰래 털을 뽑는 것이 불가능한 현대사회에서는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거위 털 뽑기로 시작된 이번 세법개정안은 제대로 논의도 못한 채 정치적 공방에 매몰됐다. 가장 민감한 ‘유리알 지갑’을 건드린 결과다.
9월 정기국회에서 세법개정 심의를 거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을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다만 같이 내놓은 중장기 세제개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안타깝다.
전 국민의 경제활동에 밀접히 연관된 세제개편은 대형 선박의 항로를 돌리는 것과 같다. 너무 조급하게 방향을 선회하려 하면 배가 뒤집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식어가는 성장 동력을 살리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기본구상 아래 그동안 논의됐던 사안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중장기적 포석이 나름대로 잘 반영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세지원의 고용 연계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지원을 합리화하며, 내수와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등 기본 방향은 잘 잡혀 있다.
논란이 첨예했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의 하향 조정, 주식양도차익의 과세범위 확대,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과세, 채권이나 장기저축성보험에 대한 과세 정비 등 종합과세를 정비한 것은 중요한 변화다. 과도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크고 성공적이지 못했던 비과세 감면을 성과와 연계해 부처별 한도를 설정하고 재정지출 편성 시 연계한다는 것도 참신한 시도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개선하는 등 세제 운영의 합리성을 높이는 노력도 포함돼 있다. 다만 개별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복지라는 정책목표와 연계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우리나라는 2012년 현재 조세부담률 20.2%, 국민부담률 2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세금을 적게 부담하면서도, 지난 2~3년간 선거를 치르며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로 들어서려 하는 의미심장한 기로에 있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980년대 중반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우리보다 먼저 복지국가를 경험해온 선진국 경제는 대부분 2000년대 전후로 상승세가 하락세로 바뀌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세제개편 철학은 재정건전성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1980년대 이후 추진한 자본소득 과세와 법인세 인하 정책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이 낮지 않은데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중은 3.6%로 7~12.6%인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은 소득세 공제, 감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공제 감면이 소득공제 형태로, 세율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더 많고 소득분배에 역행한다. 의료·교육비처럼 정책적 목적에 따른 지원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소득분배 개선이나 세수확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1977년 도입돼 지난 35년간 10%를 유지,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인 부가세 역시 각종 면세, 감면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개별 소비세 과세대상을 조정해 외부불경제를 일으키는 유류나 사치재에 대한 세제를 개편하는 등 이해 관계가 얽힌 과제를 푸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부자감세 철회’란 덫에 갇힌 야당이나 ‘증세 없는 복지확대’에 말뚝 박은 여당이 이번처럼 정치놀이에 빠진다면 저성장과 인구구조의 변화, 양극화 해소, 통일 등에 대비한 중장기 세제개혁은 물 건너 간거나 마찬가지다. 소득세뿐 아니라 세제개혁 이슈마다 거위의 털을 뽑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때려잡는 세금 포퓰리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 교수
9월 정기국회에서 세법개정 심의를 거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을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다만 같이 내놓은 중장기 세제개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이 안타깝다.
전 국민의 경제활동에 밀접히 연관된 세제개편은 대형 선박의 항로를 돌리는 것과 같다. 너무 조급하게 방향을 선회하려 하면 배가 뒤집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식어가는 성장 동력을 살리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기본구상 아래 그동안 논의됐던 사안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중장기적 포석이 나름대로 잘 반영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세지원의 고용 연계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지원을 합리화하며, 내수와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는 등 기본 방향은 잘 잡혀 있다.
논란이 첨예했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의 하향 조정, 주식양도차익의 과세범위 확대,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과세, 채권이나 장기저축성보험에 대한 과세 정비 등 종합과세를 정비한 것은 중요한 변화다. 과도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크고 성공적이지 못했던 비과세 감면을 성과와 연계해 부처별 한도를 설정하고 재정지출 편성 시 연계한다는 것도 참신한 시도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를 개선하는 등 세제 운영의 합리성을 높이는 노력도 포함돼 있다. 다만 개별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복지라는 정책목표와 연계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우리나라는 2012년 현재 조세부담률 20.2%, 국민부담률 2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세금을 적게 부담하면서도, 지난 2~3년간 선거를 치르며 보편적 복지국가의 길로 들어서려 하는 의미심장한 기로에 있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980년대 중반 주춤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우리보다 먼저 복지국가를 경험해온 선진국 경제는 대부분 2000년대 전후로 상승세가 하락세로 바뀌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세제개편 철학은 재정건전성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1980년대 이후 추진한 자본소득 과세와 법인세 인하 정책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이 낮지 않은데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중은 3.6%로 7~12.6%인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은 소득세 공제, 감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공제 감면이 소득공제 형태로, 세율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더 많고 소득분배에 역행한다. 의료·교육비처럼 정책적 목적에 따른 지원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소득분배 개선이나 세수확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1977년 도입돼 지난 35년간 10%를 유지,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준인 부가세 역시 각종 면세, 감면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개별 소비세 과세대상을 조정해 외부불경제를 일으키는 유류나 사치재에 대한 세제를 개편하는 등 이해 관계가 얽힌 과제를 푸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부자감세 철회’란 덫에 갇힌 야당이나 ‘증세 없는 복지확대’에 말뚝 박은 여당이 이번처럼 정치놀이에 빠진다면 저성장과 인구구조의 변화, 양극화 해소, 통일 등에 대비한 중장기 세제개혁은 물 건너 간거나 마찬가지다. 소득세뿐 아니라 세제개혁 이슈마다 거위의 털을 뽑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때려잡는 세금 포퓰리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