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레미콘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그룹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동양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레미콘 공장을 삼표가 대부분 인수하면서 기존 1위 업체였던 유진기업과 ‘2강’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삼표, 충청권으로 확대

삼표(회장 정도원)는 최근 동양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레미콘 공장 9곳을 500억원대에 사들였다. 이들 레미콘 공장은 대부분 충청권에 있다. 삼표는 그동안 수도권 등지에 18개 레미콘 공장을 운영해 왔다. 충청 지역에 있는 공장을 잇달아 인수해 사업 지역을 넓혔다.

이 회사는 또 천안에 짓고 있는 슬래그 시멘트(시멘트 기초소재) 공장을 오는 10월께 완공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레미콘 재료를 직접 만들어 운송비용을 줄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표가 시멘트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표는 지난해 대한시멘트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한앤컴퍼니에 밀렸다. 시멘트에서 레미콘까지 수직계열화해 건설자재 시장의 강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유진기업 “레미콘에만 주력”

유진기업(회장 유경선)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레미콘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업체였다. 4년 전인 2008년 유진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3.6%(수도권 기준)로 2위 삼표(9.4%)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삼표가 레미콘 공장을 인수하고 사업을 확대하면서 지난해 점유율은 유진기업 15.0%, 삼표 14.7%로 좁혀졌다.

레미콘 매출은 삼표가 지난해 3744억원으로 유진기업(3532억원)을 앞섰다. 매출은 전국에서 발생하고 업체마다 단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시장점유율 0.3%포인트 차이로 유진기업에 뒤진 삼표가 점유율 집계가 안되는 지방에서는 유진을 앞서고 있다는 얘기다.

유진기업은 광양에 있는 자사 시멘트 공장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885억원에 매각했다. 시멘트 사업을 정리한 유진기업은 곧이어 동양그룹에서 춘천의 레미콘 공장을 42억원에 인수했다.

또 군산에 레미콘 공장을 새로 지어 총 29곳의 레미콘 공장을 확보했다. 시멘트를 접고 레미콘 업종에만 주력하겠다는 구상이다. 유진기업은 하이마트 매각 등으로 마련한 돈으로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고려할 계획이다.

◆시멘트계열 레미콘사는 부진

중위권 업체들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3위인 아주산업은 캐피털과 렌터카, 호텔 사업 등으로 ‘주력 사업’을 바꾸고 있다. 동양그룹과 쌍용양회 성신양회 렉스콘 등의 점유율도 매년 떨어지고 있다. 특히 시멘트 제조업체 계열 레미콘 회사들은 건설경기 부진으로 모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을 확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