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8명의 16개 손놀림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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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피아노 연주 '오마주 콘서트'
“좋지요.”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노(老)피아니스트는 어린아이처럼 기쁜 표정으로 백 마디 말을 대신했다. 한국 피아노계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85)였다.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 대극장에선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정 교수를 위해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은 ‘오마주 콘서트’를 마련한 것. 정 교수는 195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빈 콘서바토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수백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유다.
‘피스 앤드 피아노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된 이날 연주회에는 신수정 이경숙 김용배 등 다양한 연배의 피아니스트 15명이 무대에 올랐다. 첫 무대는 김용배 김영호 임종필 윤철희 등 4명의 중견 피아니스트가 장식했다. 마주 놓인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에 둘씩 앉은 이들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최초’였던 정 교수의 인생에 바치는 헌사였다.
박종화 서울대 교수는 슈베르트의 ‘송어’와 리스트의 ‘마왕’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폭발적인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어 ‘학교종’을 모티브로 만든 독주곡도 선사했다. 88개 건반을 자유롭게 오가는 화려한 기교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 교수를 비롯해 박민종(바이올린) 전봉초(첼로) 등으로 구성돼 한국 초창기 실내악 운동을 이끌었던 ‘서울대 트리오’에 대한 헌정 무대도 이어졌다. 김영호(피아노) 배익환(바이올린) 송영훈(첼로)이 서울대 트리오의 장기 가운데 하나였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연주했다.
대미는 김나영 김재미 박정희 김문정 우윤주 이효주 하상희 한기정 등 8명의 여성 피아니스트가 장식했다. 4대의 피아노 앞에 앉은 8명의 피아니스트가 16개의 손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이들은 로시니의 ‘빌헬름 텔 서곡’을 피아노로 편곡해 들려줬다.
객석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정 교수는 공연 내내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선 그는 “이런 날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짧은 한마디였다. 하지만 노(老)피아니스트는 어린아이처럼 기쁜 표정으로 백 마디 말을 대신했다. 한국 피아노계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85)였다.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 대극장에선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정 교수를 위해 존경과 감사의 뜻을 담은 ‘오마주 콘서트’를 마련한 것. 정 교수는 1957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빈 콘서바토리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수백명의 제자를 길러냈다. ‘한국 피아노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유다.
‘피스 앤드 피아노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된 이날 연주회에는 신수정 이경숙 김용배 등 다양한 연배의 피아니스트 15명이 무대에 올랐다. 첫 무대는 김용배 김영호 임종필 윤철희 등 4명의 중견 피아니스트가 장식했다. 마주 놓인 두 대의 그랜드 피아노에 둘씩 앉은 이들은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최초’였던 정 교수의 인생에 바치는 헌사였다.
박종화 서울대 교수는 슈베르트의 ‘송어’와 리스트의 ‘마왕’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폭발적인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어 ‘학교종’을 모티브로 만든 독주곡도 선사했다. 88개 건반을 자유롭게 오가는 화려한 기교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 교수를 비롯해 박민종(바이올린) 전봉초(첼로) 등으로 구성돼 한국 초창기 실내악 운동을 이끌었던 ‘서울대 트리오’에 대한 헌정 무대도 이어졌다. 김영호(피아노) 배익환(바이올린) 송영훈(첼로)이 서울대 트리오의 장기 가운데 하나였던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연주했다.
대미는 김나영 김재미 박정희 김문정 우윤주 이효주 하상희 한기정 등 8명의 여성 피아니스트가 장식했다. 4대의 피아노 앞에 앉은 8명의 피아니스트가 16개의 손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이들은 로시니의 ‘빌헬름 텔 서곡’을 피아노로 편곡해 들려줬다.
객석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정 교수는 공연 내내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 선 그는 “이런 날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