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식품시장에 기회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적인 방중 이후 우리 산업계를 관통하고 있는 주요 테마는 ‘중국 내수시장’이다. 이런 관심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이전과 사뭇 다르다. 과거 중국이 선진국으로 수출할 제품의 생산기지로만 가치가 국한됐던 시절,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관심은 주로 소형 가전제품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소득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 최근의 중국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매우 다른 시장 특성을 보이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먹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 내수 식품시장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 식품산업의 매출 규모는 2005년 이후 연평균 약 24%의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11년 현재 약 5조70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1030조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의 시장 크기로, 중요한 점은 이 시장이 이제 막 성장을 시작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 중국의 신중산층이 신흥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외국제품에 호의적이며 신제품을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식품소비 눈높이는 선진국 소비자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멜라닌 파동, 불량성분 검출 등 중국 내 식품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수한 최신 정보를 활용하여 건강한 먹거리와 고급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반면 중국 식품기업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식품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외국산 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식품의 이미지는 현재 매우 우호적인 상황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식품이 안전하고 세련되며 맛 또한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오는 중국 관광객의 식료품 구입 비중이 2010년 19%에서 2012년 30%로 높아졌다. 또한 우리는 비행기로 두세 시간이면 중국의 주요 소비 도시들이 밀집해 있는 동부 연안에 도달할 수 있는 천혜의 지정학적 입지와 중국과 유사한 식문화도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 프리미엄 식품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국산 신선우유는 이런 우리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거대시장을 선진 식품기업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최근 다국적 식품기업인 크래프트는 유명과자인 오레오를 중국 시장 상황에 맞춰 웨이퍼 형태의 신상품으로 변형·출시, 중국 과자시장 점유율을 3%에서 13%로 늘렸다고 보고되고 있다. 펩시콜라와 프리토레이의 모기업인 펩시코는 중국 내 식품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M&A) 활동을 적극 전개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한류 및 지정학적·문화적 장점에만 의존해서는 급속히 성장 중인 중국 식품시장에서 기회를 놓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마침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농식품 분야에서 우리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중국이 주요 선진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평균 수입관세율이 15.7%인 중국 농산물시장을 한·중 FTA를 통해 선점하는 것이 우리 농식품 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부도 우리 농식품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다각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산업통상자원부는 농림축산식품부 및 중국 상무부와 공동으로 중국 내 주요 유통 바이어들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 기업들과 농식품 수입상담을 하는 행사를 22일 및 9월23일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와 민간의 이런 노력이 합쳐져 성과를 내게 된다면 우리 농식품이 중국 식품시장에 더 깊게 파고들어 중국 마트마다 한국 농식품들이 진열될 날이 곧 올 것으로 믿는다. ”

윤상직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