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이 이미 낭비됐거나 앞으로 낭비될 지경이라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왔다. 주경기장에서만 204억원의 헛돈이 쓰였던 것을 비롯 각 보조경기장, 조경시설 등까지 34건의 부당·비리 케이스가 지적됐다. 사업마다 예산이 새지 않은 데가 없는 정도다.

인천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재정이 가장 부실하다. 만년 부실 1위라는 딱지가 붙어 중앙 정부의 별도 관리까지 받고 있다. 인천시가 재정부실위험 경고를 받는 데에는 아시안게임 유치를 무리하게 추진했던 게 큰 요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판이다. 이번 감사결과는 이런 사실을 재확인해 준다.

대규모 국제 스포츠행사를 마구 유치했다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게 인천만도 아니다. 정부의 재정보증서 때문에 총리 사인까지 위조한 광주광역시의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인까지 위조하는 판에 예산 몇백억원쯤 더 쓰는 것은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달 말 충주의 세계조정선수권대회,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2015), F1포뮬러원대회(2010~2016) 평창동계올림픽(2018) 등 대규모 행사는 줄줄이 이어진다.

과도한 준비에 막대한 진행비용은 늘 반복되는 폐단이다. 과시형 이벤트로 귀결되는 탓이다. 자연히 중앙 정부에 손을 내밀게 된다. 중앙 정부가 내실형 행사를 요구하거나 비용을 줄이라고 하려들면 바로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동원된다. 그것도 모자라 예산지원을 의무화하는 특별법 등이 만들어진다. 지역감정에 호소해 스포츠 행사를 각 지역의 정치 행사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인천시장은 아시안게임 개최를 반납하겠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과잉준비도 문제지만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달하는 진행비용을 줄여야 한다. 각 지자체는 1994년 인구 2만명의 노르웨이 산골 마을 릴레함메르가 동계올림픽을 어떻게 흑자로 개최했는지 사례 연구부터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