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유정 씨(28)는 얼마 전 친구로부터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공동구매 카페 얘기를 듣고 가입했다.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한참 헤매다 결국 사지 못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판매 공지 글을 발견한 김씨는 할부원금을 알려준다는 사이트로 들어가 봤지만 제품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연결된 사이트에는 “고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당근의 가격은?”이라는 제목의 엉뚱한 글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글에는 당근 사진과 함께 “이 아름다운 형태의 당근은 45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링크를 잘못 클릭한 줄 알았던 김씨는 회사 동료로부터 “당근 가격이 갤럭시노트2 가격”이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모르는 사람은 온라인으로 스마트폰을 사기도 어렵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올초부터 강화되면서 통신사 대리점의 보조금 지급 방법이 날이 갈수록 비밀스러워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폰파라치 신고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아는 사람만 싸게 사고, 모르는 사람은 비싸게 사는’ 휴대폰 보조금의 불평등 구조가 더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근 45만원’이 스마트폰 값?


보조금이 붙은 스마트폰을 온라인 등에서 판매할 때 대리점이 최근 가장 자주 쓰는 방법은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상품인 것처럼’ 가격을 안내하는 것이다. 한 온라인 공동구매 카페에 올라온 갤럭시S4 판매글에는 ‘할부원금 63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 구매가를 알려면 밑부분의 ‘실구매가 확인’ 아이콘을 클릭해야 한다. 클릭하면 화면에 뜨는 건 ‘관엽식물 카페’다. 보이는 글의 제목은 ‘극락조화 특대 38만원’. 이 갤럭시S4를 구매했을 때 소비자가 내야 할 실제 할부원금은 38만원이란 ‘암호’인 것이다.

동영상으로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하면서 스마트폰 가격을 공시하기도 한다. 한 온라인 공동구매 카페에 올라온 LG G2 판매 글을 클릭하면 ‘터키 착한 항공료’란 제목의 동영상이 올려져 있는 블로그로 연결된다. 동영상을 재생하면 한 외국인이 등장해 “일반 기준 51만5000원, VIP 기준 46만5000원입니다”라고 말한다. 터키로 가는 항공료가 아니라 G2 할부원금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갤럭시S4 재고 39대’ ‘G2 지금 온도 46℃’ 등의 광고표시는 모두 제품 가격(각각 39만원과 46만원)을 뜻하는 ‘업계 은어’다.

○“밥값 돌려준다”는 페이백 공지

페이백에 대한 공지 방법도 다양해졌다. 페이백은 인터넷 사이트나 판매점 등에서 휴대폰을 판매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휴대폰 판매비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주는 영업 방식이다. 베가아이언의 KT 번호이동 공지 글에 링크돼 있는 할부원금 공지사항을 클릭해보면 “세준이가 음식점에서 55만9400원짜리 밥을 먹었다. 10월1일 사장님이 36만9400원을 돌려줬다. 나는 19만원에 밥을 먹었다”라는 글로 연결된다. 베가아이언을 사려면 일단 55만9400원을 지급한 뒤 10월1일 36만94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대리점들은 연합해 ‘자칭’ 최저가를 공지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통신사의 보조금 정책이 몇 시간에서 하루 단위로 달라지는 만큼 이를 반영한 가격을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지해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조금 지급 사례 자체는 크게 줄었다”며 “하지만 단속을 피해 음성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더욱 은밀하고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