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는 매달 한 차례 금요일에 업무 대신 영화감상, 취미 활동 등 직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프로액티브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능동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한국타이어 제공
한국타이어는 매달 한 차례 금요일에 업무 대신 영화감상, 취미 활동 등 직원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프로액티브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능동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한국타이어 제공
지난 2월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타이어의 ‘2013 신입사원 환영회’. 140명의 새내기 사원과 가족, 임직원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선 최고경영자(CEO)의 환영인사, 회사 소개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신입사원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파격 이벤트가 이어졌다.

신입사원들은 자발적으로 팀을 꾸려 제작한 UCC 동영상을 상영하고, 한국타이어 직원으로서의 포부와 열정을 담은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판에 박힌 인재가 되지 말고 늘 새로운 일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되자는 게 우리의 기업문화”라며 “입사 초기부터 신입사원들이 이런 문화를 체득할 수 있도록 환영회도 파격적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국내 타이어업계 부동의 1위, 한국타이어의 저력은 기업문화에서 나온다. 이 회사는 창립 초기부터 ‘프로액티브 컬처(proactive culture)’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만들어왔다. ‘프로액티브 컬처’는 우리말로 ‘능동적 의사결정과 자발적 대처’를 뜻한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 그런 인재가 열정을 펼칠 장(場)을 만들어주는 게 한국타이어의 조직문화다.

이런 문화가 만들어진 건 1950년대부터다. 6·25전쟁 당시 한국타이어 공장은 70%가 파괴돼 정전 이후에도 회복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던 직원들은 회사를 다시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발적으로 복구작업을 벌여 회사 문을 다시 열 수 있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이런 조직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능동’과 ‘자발’이란 문화 토대 위에 ‘창의’와 ‘파격’을 추가한 것이다. 규범은 철저히 지키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고 파격적인 방식을 제안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사내에 ‘프로액티브 컬처’를 전파하는 담당 팀과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교육을 맡는 ‘프로액티브 유니버시티’팀을 신설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세계 30개국에서 2만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며 “다양한 언어, 문화권의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업문화와 직무교육 시스템을 정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시스템만 바꾼 게 아니다. ‘프로액티브 컬처’를 바탕으로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이색적인 근무제도도 도입했다. 2011년에 도입한 ‘프로액티브 프라이데이’가 그것이다. 이 제도는 매달 한 차례 금요일에 직원들이 출근해 업무 대신 창의적 활동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젊은 직원들이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내부 동료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출·퇴근 시간은 평소와 똑같지만 출근해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직원들의 자율에 맡긴다. 영화를 봐도 되고, 취미활동을 해도 된다. 본사 강당에선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교양강좌도 연다. 직원들이 창의적 활동에 쓰는 비용도 회사에서 전액 부담한다. 또한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도록 팀장과 임원들은 이날 출근하지 않는다.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한국타이어 내부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회사 입장에선 업무 공백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경영진은 당장의 손실보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과감히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예를 들어 디자인 부서 직원들은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술관, 전시회를 찾았다.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는 상품·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다른 부서에서도 자발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에 시간을 투자했다. 여기에 더해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등 조직 분위기도 제도 도입 이전보다 끈끈해지는 효과도 봤다.

‘프로액티브 1 그랑프리’ ‘프로액티브 어워드’ 등도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프로그램들이다. ‘프로액티브 1 그랑프리’는 직원들이 직접 회사 발전과 업무 개선에 도움이 되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는 제도다. ‘프로액티브 어워드’를 통해서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과 직원을 포상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연구개발(R&D) 분야 직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최첨단 연구소를 올해 말 대전에 짓는다. 세계 3대 하이테크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가 설립한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에 설계를 맡겨 감각적 디자인과 미래지향적인 형태의 연구소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 연구소 역시 ‘프로액티브 컬처’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