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속에 일부 사업부는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줄줄이 옷을 벗고 지점들이 통폐합되고 있으나 법인영업부 인력은 유지되거나 늘어났다.
개인들이 증권 투자를 외면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기관 자금에 대한 영업력을 키우겠다는 증권사들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26일 이트레이드증권은 기존 법인영업본부를 개편해 주식영업을 담당하는 법인영업본부와 채권 및 금융상품을 담당하는 금융본부로 이원화하는 조직개편 및 인사조치를 실시했다.
신임 법인영업본부장은 한화증권, 푸르덴셜투자증권, SK증권에서 법인영업팀장을 맡았던 오응진 상무가 맡게 됐다. 총 영업인력도 25명으로 늘렸다. 황종식 전 법인영업팀장은 VIP영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식 법인영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며 "리서치 중심의 법인영업으로 운영 체계를 바꿔 중견 증권사로서 시장 영역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주 수익원인 개인 등의 매매 수수료 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 투자자들마저 놓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 국내 증권사들은 수익의 약 60%를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법인영업본부의 인력 규모는 그대로 유지한 채 김선영 전 서초지점장을 법인영업본부장(상무)으로 신규 선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홀세일(Wholesale)영업1본부 내 기관영업1·2부의 인력을, KDB대우증권은 법인영업본부 내 영업1·2부의 인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법인영업 담당 사업부 역시 큰 인력 감원없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했다. KTB투자증권이나 LIG투자증권 등 중소 증권사들도 비슷하다.
위험이 있는 신규 사업이나 개인 영업 비중은 줄이는 대신 법인 영업은 강화하거나 현 수준을 지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이나 채권 투자 확대 등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시도들이 실패하면서 다시 기존 법인영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지 못하면 결국 영업 경쟁만 치열해져 구조조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된다.
증권업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불황 탓에 증권업계의 전체 파이(시장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남은 파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며 "이마저도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