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위직 자녀는 월가의 오래된 로비 창구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중국 고위 관료의 자녀를 특별 채용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월가 대형은행 사이에서 이 같은 일은 크게 놀랄 일도 아니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월가 은행들이 중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 대규모 계약을 따내기 위해 중국 고위 관료 자녀인 ‘황태자’들을 채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손자 앨빈 장은 한때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의 딸 원루춘은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었던 우방궈의 사위 윌슨 펑은 메릴린치에서 일했다. 메릴린치는 2006년 220억달러 규모였던 중국 공상은행(ICBC)의 기업공개(IPO)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우방궈의 사위 덕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JP모건은 현재 중국 국영 광다그룹 탕솽닝 회장의 아들 탕샤오닝을 채용, 2011년 광다그룹 산하 광다은행의 상장 자문 계약 등을 따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탕 회장은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금융권 거물이다. JP모건 홍콩사무소도 장수광 전 중국 철도부 부총공정사의 딸 장시시를 채용했고, 같은 시기 JP모건이 국영철도업체인 중국중철 상장 자문사로 선정돼 그 배경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

WSJ는 “중국에서 고위 관료 자녀들을 채용하지 않으면 고위층 사회에 접근조차 힘들기 때문에 월가 은행들이 중국 전현직 고위관료의 자녀를 채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중국의 IPO 붐이 사그라지면서 이 같은 채용 경향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올해 알리바바 등 대기업 IPO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중국 기업의 지분 구조가 국영 기업 중심에서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에 황태자들의 인맥이 크게 소용없어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