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두 바퀴’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자전거는 200여만대로 자동차(154만대)보다 많다. 올해 상반기에도 100만대 넘게 팔렸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얘기다. 연말에는 자전거 인구가 1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자전거 인구가 급증한 것은 우선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고유가 시대에 기름값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자여족(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주요 도시마다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는 전용도로를 만드는 등 인프라도 많이 갖춰졌다. 4대강 정비 사업이 마무리돼 자전거 국토 종주도 가능해졌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국토종주 자전거길(1757㎞)의 주요 지점마다 인증센터를 두고 인증수첩에 스탬프를 찍어주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누적 인증자 수가 8만명을 넘었다.

전국에 불고 있는 자전거 열풍이 ‘레저산업의 부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자전거 시장 규모는 4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가량 커졌다. 올해는 5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전거를 탈 때 몸을 보호하는 헬멧이나 무릎보호대를 비롯해 고글 속도계 등 자전거용품 시장은 지난해 약 1400억원에 달했다. 용품을 포함한 전체 자전거 시장은 3~4년 뒤 1조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의류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진다.

자전거는 한때 국내에서 사양산업으로 꼽혔다. 자동차 보급이 포화 상태이고 저가 중국산 제품까지 밀려들어와 국내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레저용 수요가 늘어나고 기능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재기했다. 국내 1위 업체인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10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681억원)에도 8% 늘었다. 2위인 알톤스포츠 역시 30.3% 늘어난 533억원어치를 지난해 팔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정 삼천리자전거 마케팅팀 계장은 “자출족과 자여족을 중심으로 고기능 자전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며 “자전거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