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마케팅 '11번가' 돌풍…온라인 쇼핑 판도 흔든다
지난달 31일 오픈마켓(온라인거래 중개몰)인 11번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2380만원짜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더 뉴 스포티지R’이 단돈 1만4130원에 팔린 것. 다른 사람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가장 낮은 값을 써낸 사람에게 상품이 돌아가는 ‘쇼킹 프라이스’ 이벤트의 결과다. 사흘간 열린 이 행사엔 8만6000여명의 11번가 회원들이 참여했다. 토종 온라인 쇼핑몰로서 5년 만에 방문자 수 1위를 넘보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11번가가 보여주고 있는 기발한 마케팅의 한 장면이다.

◆마케팅 강자 11번가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의 서진우 대표는 “즐기는 쇼핑문화를 만들면서 고객의 신뢰도 얻는 게 마케팅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쇼킹프라이스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이 행사엔 한 달간 무려 38만명이 참여했다. 660만원짜리 샤넬 점보 클래식 가방이 단돈 950원에 팔리고, 프라다 토트백은 5만2240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당초 한 달만 하려던 쇼킹 프라이스 행사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이달에도 열리고 있다. 현재는 모바일을 통해 삼성 지펠 냉장고에 대한 입찰이 진행 중이다.

‘위조품 110% 보상제’도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서비스다. 11번가는 한국의류산업협회와 제휴해 샤넬 빈폴 등 300여개 협력브랜드에서 위조품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당 브랜드가 직접 제품을 수거해 진품 여부를 판별토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가 상품 시장을 겨냥한 명품전문관과 백화점 전문관, 선별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쇼킹 딜’ ‘패션 딜’ 등도 11번가의 고객층을 넓힌 사례로 꼽힌다.

11번가의 공격적 마케팅이 효과를 거두면서 오픈마켓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코리안 클릭’이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방문자 수를 집계한 결과 주당 652만명이 방문한 11번가가 쇼핑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위 자리에 잠깐 올랐던 2011년 1월 첫째주 이후 32개월 만이다. 물론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방문자 수가 실질 매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색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의 눈길을 끌며 가파르게 치고 올라오는 11번가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모바일에선 이미 1위

올 상반기 11번가 모바일 부문 거래액은 전체 매출의 20%가량인 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PC를 제외한 모바일 분야의 시장 점유율은 5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1번가는 올해 모바일 부문 거래액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가 모바일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유는 SK텔레콤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다. SK텔레콤 휴대폰을 사면 모바일 11번가가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설치돼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 분야에서는 고객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라며 “11번가는 역량을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달에는 SK텔레콤 가입자를 대상으로 ‘쇼핑데이터 보상제’를 내놓기도 했다. 구매 횟수와 금액에 따라 적게는 100MB에서 1GB까지 데이터 이용권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박종인 11번가 모바일그룹장은 “고객에게 모바일 쇼핑 이용 기회를 확대해주고자 데이터 부담을 줄이는 보상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올해 오픈마켓 거래액 규모는 지난해보다 9.9% 늘어난 16조59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2010년 27.1%였던 성장률은 10% 안팎으로 꺾였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11번가의 의미 있는 약진에 G마켓과 옥션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