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최악'은 탈출했지만…아직은 허리띠 졸라매
가계소득과 지출이 2분기 들어 미약하게나마 회복했다. 무더위로 인한 반짝소비 등을 제외하면 아직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가계 저축 여력은 조사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월평균 소득은 40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했다. 직전인 1분기엔 1.7% 늘어나는 데 그쳐 금융위기(2009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소득 상황을 보였다.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나며 소득 회복을 이끌었다. 재산소득은 이자소득이 급감하면서 4.1%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240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증가했다. 4년 만에 마이너스(-1.0%)를 나타냈던 1분기보다는 호전됐다.

에어컨, 제습기 등 가전 수요가 늘면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9.1% 증가했다. 오락·문화 지출액도 3.2% 늘어났다. 캠핑·운동 관련 용품(20.0%)과 단체여행비(20.8%) 지출액이 특히 늘었다.

가계 부담이 됐던 통신 지출액은 1.4%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동통신사의 무제한요금제와 무료통화요금제 영향이 컸다.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으로 복지시설 지출액(-57.8%), 유치원비 지출액(-40.6%) 등도 크게 줄었다. 박경애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무상보육 등 복지 효과를 제외한 소비지출 증가율은 1.5%”라며 “미약하게나마 소비 회복이 감지됐다”고 말했다.

월평균 소득에서 이자와 조세 등(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28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늘어났다. 여기에서 소비지출 후 남은 흑자액은 88만4000원으로 6.1%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흑자액이 차지하는 흑자율은 26.9%로 2003년 이후 2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높다. 불확실한 경기 상황 탓에 집집마다 소비를 미루고 저축 여력을 쌓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다.

소비지출 이후 남는 소득이 없는 ‘적자가구’ 비중은 22.1%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최저치인 4.68배였다. 소득 분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오상우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근로장려세제(EITC)와 보육비 지원 등으로 저소득층과 중간층 가계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정부는 본격적으로 회복하지 못한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