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통계청의 ‘2013년 2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2분기에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매달 지출한 ‘실제 주거비’는 5만737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4% 늘었다. 2003년 이래 최대치다. 2009년 2분기(4만686원)와 비교하면 4년 만에 41.0% 치솟았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실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39%로 역대 가장 높았다.
실제 주거비는 가계가 매달 현금으로 내야 하는 집세로, 일부 사택 이용료 등을 제외하면 월세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항목의 가계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까지 30~35% 수준이었다가 지난 1월 처음 40%를 돌파했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전세 물량을 월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비와 청소·소독비 등을 포괄하는 ‘기타 주거 관련 서비스’ 지출도 최대치를 경신했다. 2분기 가구당 월 4만4378원으로 1년 전보다 8.9% 늘어났다. 2003년 1분기 2만939원이던 기타 주거 관련 서비스 지출은 2008년 1분기 3만원을 돌파한 이래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5%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들 항목에 상하수도 및 폐기물 처리, 연료비 등 전반적인 주거 비용을 포괄하는 ‘주거·수도·광열비’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분기 주거·수도·광열비는 월평균 26만912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역대 2분기 수치로는 가장 많다.
높아진 주거비 부담은 슈바베계수로도 알 수 있다. 슈바베계수는 가계 소비지출에서 주거비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2분기 월평균 소비지출(240만3480원)에서 주거·수도·광열비 비중은 10.86%로, 역대 2분기 수치로는 가장 높았다. 슈바베계수는 식품비 비중인 ‘엥겔계수’와 함께 빈곤의 척도로도 쓰인다. 저소득층일수록 주거비 비중이 커지면서 주택 부담 능력도 떨어진다는 게 ‘슈바베의 법칙’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