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의 올 상반기 투자액이 작년보다 8%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3개 그룹만 투자를 늘렸을 뿐 나머지 그룹은 투자를 줄였다. 대내외 경기 침체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기업 관련 규제가 급증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회동에서 그룹별 투자·고용 실적을 점검하는 동시에 투자 확대를 위한 건의를 받기로 했다. 참석 여부가 불투명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이 자리에 함께한다. 그룹 총수들은 상법개정안, 통상임금 소송, 화학물질 등록·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위축되는 기업 투자심리
26일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등 1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 총액은 36조70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6조2881억원)보다 8.2% 감소했다. 이 조사는 10대 그룹 계열사 중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내놓은 75곳의 유·무형 자산 취득액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포스코였다. 작년 상반기 2조932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조4558억원으로 1조5230억원가량 늘었다. 현대중공업도 작년 상반기보다 40.1% 증가한 1조331억원을 올해 상반기에 투자했으며 현대차그룹도 15.9% 늘어난 4조7490억원을 투자했다.
반면 삼성그룹은 작년 16조6181억원을 투입한 것과 달리 올 상반기엔 12조원만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그룹 가운데 투자 감소율이 가장 큰 곳은 한화로 무려 36.1%(1788억원)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이 부재 중이어서 투자 계획을 잡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의 투자 감소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탓이란 게 기업들의 얘기다. 하지만 ‘외생 변수’를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많다. A그룹 관계자는 “투자나 고용을 늘리기엔 경제민주화 법안 등 기업을 겨냥한 압박이 작년보다 세진 탓에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총수들 ‘3분 스피치’
10대 그룹 투자 감소와 맞물려 28일 있을 청와대 회동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참석 여부가 불투명하던 이건희 회장을 포함해 7명의 총수가 참석하는 만큼 어떤 얘기가 오갈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회동에 참석하는 그룹 총수들에게 ‘3분 스피치’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들이 직접 3분간 발언을 통해 그룹별 투자 현황과 투자·고용 활성화를 위한 건의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상당수 총수들은 연초 수립한 투자·고용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적극적으로 투자·채용 등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투자와 고용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정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더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 회장)은 10대 그룹을 대표해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건의도 할 예정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박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상법개정안과 통상임금 논란, 화평법 등에 대한 재계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도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재계가 부담스러워하는 규제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재계 차원의 건의와 별도로 개별적인 건의를 준비하는 그룹도 있다.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때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