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6일 열린 ‘제2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개회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순무 대회 집행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교안 법무부 장관, 양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위철환 대한변협 회장, 권오곤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연합뉴스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26일 열린 ‘제22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개회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순무 대회 집행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교안 법무부 장관, 양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위철환 대한변협 회장, 권오곤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연합뉴스
26일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제22회 변호사대회’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에 대해 “경제 활동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들 법안이 정치적인 계산으로 국회에서 졸속 추진된 측면이 큰 만큼 변호사 등의 감시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추진된 민주화 법안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이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꼽혔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이중처벌…하도급법은 계약자유 원칙 침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법(공정거래법 23조의 2,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대해서는 ‘이중 처벌’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1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대주주가 ‘일감 몰아주기’ 형태로 계열사 간에 일정 비율 이상을 거래한 경우 사실상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최근 이런 거래에 과징금까지 매기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제도의 정책적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고 한편으로 문제가 된 거래에서 취득한 이익을 박탈하는 의미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증여로 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법안은 국내 대기업에만 적용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아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하도급 거래 때 부당 특약을 금지한 조항(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의 4)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불명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뿐 아니라 헌법상 행동자유권이 파생되는 계약 자유의 원칙 등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을로 인식되는 가맹사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입법된 가맹사업법도 일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가맹본부 환경 개선 비용을 가맹사업자가 일부 부담하게 하는 조항은 당사자의 계약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고, 해당 영업 지역에 동일 업종의 점포를 내지 못하게 한 조항은 기업의 경쟁을 저해해 해당 지역 소비자의 복리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민주화 법안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경제 활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연방법상 반독점 행위가 아닌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민사적 구제책만 규정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 형사 처벌 규정이 있지만 발동된 적은 거의 없다”며 “우리 공정거래법은 유별나게 무거운 형사 처벌을 가하면서 과징금까지 매긴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선 입법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안 심사 때 위헌성에 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위헌 소지가 큰 법률의 입법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 입법평가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대한변협은 ‘경제규제입법연구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경제 관련 규제의 분야별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정치권에 전달할 방침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