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참석 없이 진행된 ‘잭슨홀 미팅’이 밴 버냉키 Fed 의장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잭슨홀 미팅은 Fed의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연례 행사다. 버냉키가 일찌감치 불참 의사를 밝히며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외부 연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특히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를 불안에 몰아넣고 있는 Fed의 출구전략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높았다. 버냉키를 대신해 기조연설에 나선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경제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기전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규모를 줄이라는 압력이 앞으로 2년간 Fed에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이에 굴복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최근 여러 악재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 우려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연준에 쌓아둔 초과 지급준비금 금리를 지금까지 0.25%로 고수하는 등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비판했다. 4년 가까이 0.25%로 유지해온 이 금리를 제로(0) 또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춰 은행들이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하라는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Fed가 출구전략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비전통적 부양조치가 많은 국가에서 아직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Fed를 포함한 글로벌 중앙은행이 한꺼번에 양적완화 조치에서 벗어나는 출구전략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또 이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경제구조 개혁에도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OECD 부총재 역시 “Fed의 통화부양 정책은 아주 높은 수준인 만큼 여기에서 빠져나올 때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Fed도 자신들이 세워놓은 출구전략 계획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출구전략은 분명한 이해와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